나의 영화/2000년 이전

줄 위의 종달새 (1990)

바람속 2015. 8. 12. 00:25

 1968년 '프라하의 봄"에 제작된 이 영화는 무려 20년뒤 1989년 체코의 민주화로 복권되어 199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첫 상영되었고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영화가 시작되고서 이내 곧 '부산이 함락될것이다'는 대사가 나온다. 1950년 한국전이 발발했을때의 체코가 이 영화의 시작 시점이다.

 사회주의 공화국이 된 체코는 부르주아 사상개조를 위해 이들을 작업장으로 배치한다.

 영화의 무대가 된 페철처리장에는 도서관장인 철학교수, 피고인의 변론권을 주장하던 검사, 4명의 종업원을 두고 빨래통을 만들어온 사람, 이발사 감축에 따라 배치된 이발사, 부르주아 악기로 분류되어 금지된 색스폰연주자, 종교적 이유로 토요일근무를 거부한 요리사가 일하고 있다.

 또한, 그들 옆에는 체코를 탈출하려다 체포된 여죄수들이 서로 분리된채 노동에 동원되고 있다.

 영화는 이들 사이의 사랑, 그들이 처해있는 현실 등을 블랙코미디로 비틀어서 보여준다. 절망적인 상황에 그들은 처해있는 그들이지만 영화는 내내 이들이 현실에 고통받는 모습이 아니라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들 역시 이들의 행동을 묵인하거나 용인하며 나름의 사소한 일탈을 하기도 한다.

 여죄수인 이트카와 요리사 파벨이 결혼하기로 하고, 신부없이 결혼하는 장면은 묘하게도 그럴수도 있다는 긍정을 하게 만든다.

 감독의 코미디를 통한 풍자는 그 어떤 고발보다도 더 가슴에 와닿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웃음과 함께 한 희망과 낙천적 태도 속에 나도 전염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많은 장면들이 신랄한 비유와 이중의미를 갖지만 각 부분이 전체의 흐름에 잘 녹아있는 연출력에 감탄을 하면서 감상을 했었다. 

 체코 작가 브흐밀 흐라발의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감독 : 이리 멘젤

출연 : 루돌프 흐루신스키, 블라디미르 브로드스키, 바클라프 네카르, 지트카 젤레노홀스카, 페르디나드 크루타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