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메일 (2014)
누구나 자신의 삶에 정직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지나온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은 더욱 어려울 듯 하다. 여기에 자신의 가족의 삶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이다.
감독 홍재희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가족사를 아버지의 삶속에 담아서 털어 놓았다. 진실성의 깊이는 둘째로 치더라도 그녀가 보여주는 방식의 우수함은 이 다큐멘터리의 격을 높여놓았다.
적당한 재연까지 덧붙여서 보는 내내 나와 작품사이의 인물간에 놓여진 거리는 불편할지도 모르는 나의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었다.
세번의 시도끝에 총상을 입으면서까지 월남에 성공한 14살의 아버지, 5명의 어머니를 둔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둘째딸에게 독학으로 익혀서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을 이메일로 남긴다.
그의 삶은 월남 실향민, 월남전 파견 근로자, 중동 파견 근로자, 화물차 운송기사, 88올림픽 자원봉사자, 재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의 이름으로 이어진다.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의 꿈은 처가 처남의 부역행위로 거부되고, 그는 알콜중독자에 가정폭력범으로 이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빨갱이'에 대한 증오, 전라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까지 작품은 날것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아내, 두 딸,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여과하지 않는다.
이 가슴아픈 한 남자의, 아버지의 삶앞에서 끝까지 담담함을 잃지않는 감독의 태도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마도 이 작품은 두고두고 다큐멘터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하수구에 빠진 틀니를 갖은 고생끝에 찾아내고서 한없이 기뻐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언젠가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감독 : 홍재희
출연 : 홍재희, 김경순, 홍주희, 홍준용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