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2014)
코믹잔혹극이란 장르는 이상하게도 한국 영화의 한 줄기가 되어가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상황을 스크린에 표현하여 그 나름의 한풀이를 해대는 방법으론 최적의 구조이기 때문 일가?
이 작품의 모티브가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이었다는 감독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내겐 참 안타깝다.
중학 졸업반의 수남은 엘리트가 되기로 한 결정으로 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14개의 자격증을 따지만 컴퓨터에 밀려서 작은 공장의 경리사원이 된다.
그곳에서 청각 장애가 있는 남편과 결혼하고, 남편은 손가락 3마디가 기계에 잘려나간다. 이 사고는 남편의 청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인공와우이식수술의 부작용 때문이다. 병원에 다녀온 후 수남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남편의 잘린 손가락을 발견한다. 수남은 남편의 손가락이 들어있는 줄을 몰랐다.
수남은 남편을 다시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집을 산다. 9년의 초인적인 노동과 1억 4천의 대출로 산동네의 허름한 집을 장만한다. 영화에선 꾸준히 일해도 꾸준히 집값도 올랐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남편은 오히려 그 집에서 자살을 기도하고 식물인간이 된다.
다시 남편의 간병을 위해 고시원에서 살면서 다시 초인적인 노동을 하는 수남, 이때 수남의 집이 재건축대상이 되고 수남은 재건축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제거해 가면서 스스로 '괴물'로 변해간다.
수남이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 괴롭다.
그리고 그런 괴물이 되어가는 목적이 너무 단순하고 착하다는 것은 더 괴롭다.
수남은 남편을 퇴원시켜서 함께 떠난다. 과연 그들이 찾는 '성실한 나라'는 있을까?
감독 : 안국진
출연 : 이정현, 이해영, 서영화, 명계남, 이준혁, 지대한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