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속 2016. 1. 31. 21:14

 외딴 호수에 마치 섬처럼 떠있는 낚시터, 그곳은 젊은 여인 희진이 개와 함께 낚시꾼을 상대로 살아가는 곳이다.

 희진은 손님들에게 자신의 몸까지 제공한다.

 희진의 과거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연유로 이런 삶을 사는 지 영화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곳에 불륜을 저지른 애인을 살해한 전직 경찰 현식이 찾아온다. 그는 추적을 피해서, 스스로의 삶을 마감할 장소를 찾아 온 것이다.

 운명처럼 그를 알아본 희진은 그가 만들어 준 철사공예품을 간직하고 그와 '섬'낚시터의 모습처럼 절망적인 사랑을 나눈다.

 벙어리인 희진과 현식이 나누는 사랑은 정욕으로 포장되어있다.

 희진은 현식에게 접근하는 다방 종업원을 살해하고, 그녀를 찾는 다방의 주인역시 살해한다.

 희진의 사랑을 받아들인 현식은 그녀를 벗어나려하지만 미끼에 걸린 물고기처럼 퍼덕거림으로 그친다.

 희진은 현식과 함께 '섬'을 호수 깊이 옮긴다.

 영화에선 낚시에 달린 바늘을 이용하여 희진과 현식의 자해가 번갈아 일어난다. 엽기적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낚시바늘에 걸린 미끼가 되어가는 듯 하다.

 감독 특유의 인간 본성에 대한 집요한 해부를 엿본 느낌이다.

 희진의 과거가 무엇이었든 애욕은 그녀를 벗어날 수 없는 노예의 길로 끌고 가버린다. 예정 된 파멸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섬'에 있다.

감독 : 김기덕

출연 : 김유석, 서정, 서원, 조재현, 장항선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