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2001)
내가 본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가장 구성이 완벽한 작품이었다.
70년대 미군부대를 끼고 있는 마을에 양공주였던 창국 엄마는 창국과 버스에서 살면서 미국으로 귀국한 흑인 남편에게 편지를 계속 보내지만 수취인 불명으로 계속 반송된다. 창국은 자신의 엄마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가한다.
창국은 자신의 엄마를 사랑하는 개장수 개눈의 밀도살 조수로 개눈의 폭력에 시달린다.
낙동강 전투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한 전쟁 영웅임을 자랑하는 아버지를 둔 지흠은 미군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의 조수로 일하면서 동네 불량배의 폭력에 시달리고 돈을 갈취당한다.
오빠의 장난으로 한쪽 눈이 다친 은옥은 머리로 얼굴 절반을 가리고 다닌다. 지흠은 이런 은옥의 방을 엿보면서 지극한 연정을 바친다.
불량배들에게 집단 강간당한 은옥은 낙태를 하고, 눈을 고쳐준 댓가로 미군 병사의 애인이 된다.
영화는 이들 세 사람 창국, 지흠, 은옥이 겪는 멸시와 고통을 거의 극한까지 다룬다.
창국은 파멸의 길로 나아가고, 지흠은 은옥과 자신을 괴롭힌 자들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고, 은옥은 고쳐진 자신의 눈을 다시 훼손한다.
특히, 창국의 파멸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개눈은 그가 도살한 개들과 같은 방법으로 창국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창국의 모 역시 창국은 살해를 시도하지만 끝까지 가지는 못한다. 창국의 죽음은 그 스스로 늪 같은 곳에 거꾸로 꽂힌다.
경찰에 의해 호송되는 지흠은 창국의 어머니가 살던 버스가 불에 타는 것을 보게 된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외부의 조건과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의 모습을 극한까지 보여주는 이 영화는 마치 우리네 현대사의 비극을 증언하는 것 같다.
국가유공자였던 은옥이네 집이 어느 순간 월북자의 가족이 되고, 지흠의 아버지가 뒤늦은 훈장을 받아오는 설정과 함께 지흠을 면회한 은옥이 다시 비정상이 된 자신의 눈을 보여주는 장면은 우리가 안아야 할 우리의 업보이자 해결의 첫걸음처럼 여겨진다.
내겐 두고두고 기억될 작품이다.
감독 : 김기덕
출연 : 양동근, 반민정, 김영민, 조재현, 방은진, 명계남, 밋츠 마럼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