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 정민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미쳐야 미친다는 자극적인 제목만이 이 책에 가장 어울리지않는 곳인 것 같다.
부제인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가 이 책의 내용, 그것이다.
이 책에는 조선후기 우리가 역사책의 또는 교과서의 이름만으로 알고있었던 사람들이 남긴 글을 통하여 그들의 삶과 생각을 소개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우린 우리의 선조들을 딲딱하고 도덕군자로 생각하며,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이 슬프고, 즐겁고, 후회하고, 기뻐하는 삶이 있었다는 것을 부러 멀리해오거나 피해온 듯 하다.
그들이 남긴 글을 통해서 전해져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 이웃의 아저씨같은 모습들이다.
수학천재였던 김영(1749~1817)은 독보적인 천문학자이자 자연과학자였지만 질투와 시기에 시달리다 결국 곤궁한 삶속에 죽음을 맞는다. 농사꾼의 자식으로 고아였던 신분과 세상의 용렬한 자들의 핍박으로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온전히 펼쳐보이지못했다.
엽기적인 노력가 김득신이 한 책을 11만3천번 읽었다는 그의 독수기는 놀라움을 넘어서게 한다.
이 두 사람외에도 이덕무, 박제가,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불우한 처지속에 살아야 했던 노긍의 글도 애달프다.
저자는 허균과 화가 이정, 기생 계량과의 아름다운 우정의 편지도 소개한다. 여기에 권필과 제자 송희갑의 애틋한 사제지간, 정약용의 강진 시절 제자 황상과의 만남, 정약용이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남긴 부정의 편지도 있다.
박지원의 재치넘치는 편지, 음악의 천재 홍대용의 모습도 책은 담고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을 일상속의 깨달음이라는 장으로 이옥,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홍길주, 허균 등의 여러 주제에 관한 산문으로 마무리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저 높은 구름위에, 저 넓은 바다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신분제속에서 세상의 어두운 자들에게 시달린 이들의 모습에 가슴아프다가도 그들의 글에서 이미 그런 것을 초월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초월의 순간을 가지게 되기를 감히 나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