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양귀자
작가는 이 작품이 처음으로 연재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쓴 장편소설임을 밝히고 있다. 절대적인 몰입에 대한 충만감속에 쓴 장편소설로는 이 작품이 처음임을 말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지않더라도 이 작품을 읽고나면 '절대적인 몰입'이란 작가의 느낌을 공유학게된다.
작가가 1955년생이니 이 작품을 쓸때 그녀의 나이는 40중반을 향해가고 있을 때다. 아마도 작가에게 이 작품은 그녀의 청춘에 대한 비망록같은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아침 스물다섯 일곱달의 안진진은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기로 한다.
쌍동이중 언니를 엄마로 둔 진진은 술주정에 폭력벽에 방랑벽의 아버지, 늘 꿈에 젖어살며 사고를 저지르는 남동생이 가족이다.
그리고 그에겐 엄마의 쌍동이 동생 이모와 깊은 유대를 나누고 있다.
야생화 사진사인 김장우, 그녀는 그 남자의 냄새 나는 양말을 깨끗이 빨아 놓고 잠들수 있다고 느끼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다.
또 다른 남자 나영규, 자로 잰듯한 인생의 계획서를 갖고 사는 그의 삶에 답답해하지만 그가 주는 편안함과 정확함에 진진은 서서히 익숙해져간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어머니, 살인미수로 옥살이를 하고있는 동생, 그리고 5년만에 치매에 걸린 채 나타난 아버지, 이 강팍한 삶을 작가는 그리고 안진진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안진진은 가족 모두에게서 그들이 갖고있는, 그들이 그에게 준 행복과 불행 모두를 받아들였고 앞으로도 받아들이게 될 것을 알게 된다.
너무나 삶이 평탄하여 지리멸렬한 삶이라고 스스로 규정한 진진의 이모는 마지막 뒷처리를 부탁하고 세상을 마감한다. 사는 것처럼 살고 있는 언니를 부러워했던 이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다.
책의 마지막 글처럼 진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탐구하기로 한다. 실수는 되풀이되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한 젊은 여인의 고백을 통해서 인생의 모든 부분을 다 알아버린 느낌이 든다.
작가의 후기처럼 용기를 잃고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