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2000년 이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989)

바람속 2017. 7. 19. 12:44

 서양화가인 감독은 독학으로 영화에 대한 기술을 습득한 후 각본,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미술, 편집 등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낸 이 작품을 38세의 나이에 발표하였다.

 그는 이 작품의 기획에 8년, 제작에 4년을 투자했다. 출연한 연기자들도 신인이다.

 영화의 무대는 천안산 계곡의 낡은 산사다. 실제 촬영 장소는 안동 봉정사의 부속암자인 영산암이다.

 그곳에 노선사 혜곡과 그가 데려온 동자승 해진이 살고있다. 여기에 젊은 승려 기봉이 찾아와 함께 지낸다.

 도의 뿌리를 캐겠다는 일념으로 낮밤을 용맹전진하던 혜곡은 졸음을 이기려고 얼음벽에 등을 가까이 하고 좌선을 하다 옆구리에 동상이 생겨서 살을 한근이나 도려내고도 파안대소 한다.

 동상치료후 돌아오는 길에 시중에 버려진 아이인 해진을 데려와 기르게 된 것이다.

 영화는 이들 세 사람의 일상과 관계를 수려한 영상미속에서 보여준다.

 끊임없이 화두가 제시되고 선문답이 이어지며 구도의 질문이 뒤를 따른다.

 구도의 삶을 살면서 해탈의 길을 걷는 혜곡, 눈먼 어머니와 누이동생에 대한 책임감속에서 괴로워하면서 번민을 떨치고자하는 기봉, 산새를 죽게 한 후 삶의 고뇌를 알게되는 해진의 모습이 교차된다.

 결국, 해곡은 입적하게되고 기봉은 해곡의 부탁대로 홀로 그의 육신을 처리한다.

 해진은 기봉이 맡긴 해곡의 유품을 불에 태우고 그때 저멀리 산새가 날아가고 기봉은 소와 함께 길을 떠난다.

 이 작품은 1989년 제42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의 대상인 금표범상과 감독상, 촬영상, 청년비평가상 등을 수상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영화로 평가된다.

감독 : 배용균

출연 : 이판용, 신원섭, 황해진, 고수명, 김희용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