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2010년 이후

홀리 모터스 (2012)

바람속 2017. 12. 20. 06:26

 영화를 진행해나가는 방식이라도 알고 감상했으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이 작품에 대하여 아무런 사전 정보를 접하지 않았다.

 한 인물이 잠에서 깨어 손가락에 붙은 열쇠로 큰 나무가 그려진 벽을 열고서 극장의 뒤로 나타난다. 그리고 갓난 아기가 걸어가고 커다란 개 한마리가 객석사이를 걸어가고 뱃고동 소리가 들리면 창가에 어린 소녀가 않아있다. 영화는 그렇게 시작한다.

 정장 차림의 노년의 신사가 옥상위 가족의 환송을 받으며 출근을 한다.

 백색 리무진이 대기하고 기사 셀린이 문을 열어주면 그의 하루는 시작한다. 오늘은 아홉가지 스케줄이 기다린다.

 누군가와 국채와 권총에 대한 통화를 하고 가발을 빗어내린다.

 강변에 다다른 그는 맹인 걸인이 되어 다리위에서 구걸을 한다.

 그는 이어서 완벽한 분장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한다. 어떤 것이 진정한 그의 모습인지 알 수 없다.

 우연히 마주친 리무진을 탄 이전의 연인을 만났을 때가 본 모습인 것 같더니 그녀가 현재 애인과 추락하여 죽은 참혹한 시체를 볼 때는 마치 지나가는 풍경을 보는 것처럼 무의미한 시선이다.

 모든 스케줄을 힘겹게 끝낸 오스카는 오늘 하루 준비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곳은 처음 그가 출근했던 대 저택이 아니다. 놀랍게도 그는 침팬지인 아내와 자식을 당연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여기까지, 삶의 단편들을 보여주는 것 같은 영화로 생각했지만 이후에 리무진기사 셀린과 리무진의 뒷 이야기가 남아있다.

 리무진 차들이 모인 '홀리 모터스'에 도착한 셀린은 가면을 쓰고 퇴근한다. 그리고 리무진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보는 사람마다 그 나름 수많은 해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또 다시 이 작품을 본다면 지금과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 틀림없을 듯하다. 그러나, 일부러 보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든 내겐 근사하게 포장한 그 나름의 삶과 영화에 대한 해석으로 여겨진다.

 난 그의 해석은 인정하더라도 그가 보여주는 방식엔 찬동할 수 없다.

 감독이라는 직업이 부러운 작품 중 하나다.

감독 : 레오 까락스

출연 : 드니 라방, 카일리 미노그, 에바 멘데스, 에디뜨 스꼽, 엘리스 루모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