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류

그림자 밟기 - 미야베 미유키

바람속 2020. 1. 14. 17:45

 이 작품은 국내에 출간된 미야베 여사의 열세 번째 에도 시대물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엄청난 다작과 그럼에도 굳굳이 유지되는 작품의 수준에 역시 감탄하게 된다.

 눈물이 나는 괴담을 쓸 수 있는 작가, 바로 그녀다.

 작가의 이야기처럼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으며 그 만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다고 한다. 저자는 계속해서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때문임을 밝힌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음을 전하고 싶었단다.

 저자의 이 말을 읽고, 그동안 읽은 저자의 에도 시대물을 떠올리면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에도 시대가 그립고 그 시대가 지금보다 좋았다는 의미라면 지금의 일본 사회 나아가 현대 사회에 대한 지독한 부정과 불신을 드러낸 것이 될 수 도 있기에 그렇다.

 어쨋거나 이 책에는 2003년부터 2010년에 걸쳐 발표된 6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가족을 잃고 전염병속에서 살아남은 오후미가 항아리와 그 안에 있는 스님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있는 이상한 족자를 보게되는 '스님의 항아리'부터 시작된다. 단 이 그림은 대를 이어가며 한 사람에게만 보이며 그는 돌림병을 막고 사람들을 구호하는 '성가신'일을 해야만 한다.

 책의 제목인 '그림자 밟기'는 아이를 낳지못해 버림받은 여인에게 학대받은 양녀의 그림자를 거두어 보내주는 이야기다.

 이어서 도박을 통해 결국 사람을 파괴시키는 요괴 바쿠치칸 퇴치기인 '바쿠치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해 귀신이 된 토채귀와 여인의 암투를 그린 '토채귀', 타인의 영혼으로 들어가사는 술법과 사람을 다룬 '반바빙의, 삼색고양이를 통해 망치 요괴를 퇴치하여 저승으로 보내는 이야기 '노즈치의 무덤'까지 실려있다.

 마지막 '노즈치의 무덤'에선 죽은 자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 괴담에선 해학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일본인의 특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