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이전의 어떤 영화와도 다른 새로운 방식의 영화로 화제가 되었다. 이후 그의 일련의 작품은 이젠 하나의 '스타일'을 창조했다.

 이 작품은 이후의 그의 어떤 작품보다도 그의 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명의 주요 인물들, 얼치기 글쟁이 효섭, 남자에게 종속된 극장의 매표원 민재,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회사원 동우, 권태와 충동에 사로잡힌 유부녀 보경의 일상사가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을 강변하고, 사소한 속임수를 쓰고, 자신의 위선을 감춘다. 그들 주위의 사람들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에 무슨 심판자처럼 민재를 짝사랑하는 극장의 직원 민수가 등장하여 효섭과 민재를 살해한다.

 영화는 이들 등장 인물들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엮어나간다. 앞뒤가 정확히 연결되어있지 않지만 각 인물들의 연결이 전개되면서 영화 내용의 이해는 어렵지않다.

 마지막 보경이 자신의 장례식을 보는 꿈과 그 꿈속에서 다시 살아움직이는 부분만이 좀 어리둥절하게 한다.

 감독이 붙인 제목으로 이 영화에서의 감독의 의도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이 아니라 돼지가 되버린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우물에 빠져서 그 좁은 세계에 갇혀지낸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당신의 삶은 어떤지 보기를 강요한다.

감독 : 홍상수

출연 : 김의성, 박진성, 조은숙, 이은경, 손민석, 방은희, 전해룡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