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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2000년 이후

김씨 표류기 (2009)

바람속 2020. 2. 21. 03:31

 정리해고에 너무 많은 빚에 신용불량, 애인에게까지 버림받은 남자는 한강 다리에서 투신한다.

 깨어보니 바로 앞의 밤섬이다.

 자살에 실패한 것도 잊어버리고 그는 구조되려고 노력하지만 소용이 없다. 119는 장난으로 치부하고, 그의 전화를 받은 애인의 말은 비정하다.

 '못된 여자와 못난 남자, 누가 더 나쁜 것일까'

 죽기로 한 마당에 그는 급할게 없어서 당분간 살아보기로 한다.

 버섯도 먹고, 물고기 잡기에 내내 실패하다 죽어서 떠있는 물고기도 먹고, 나무도 타서 새알도 먹고, 새도 잡아먹는다. 부서진 오리배안에 잠자리도 만든다. 백사장에 써두었던 HELP도 HELLO로 바꾼다.

 한편, 섬 건너 아파트 단지엔 몇년째 방에서만 지내는 여자가 있다. 벽장안에서 잠을 자고, 싸이월드의 가상공간에서 가상의 멋진 여자로 지내면서 만보계의 만보를 채우며 살아간다.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으로 그녀는 아무도 없는 달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달에 아무도 없어서 외롭지 않다면서.

 그렇게 지내는 그녀는 일년에 딱 두번, 민방위 훈련때의 20분 동안만 세상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녀는 밤섬의 남자를 카메라의 망원렌즈로 보게된다.

 밤섬의 남자가 지내는 것을 관찰하던 여자는 엄청난 용기를 내어 그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온 몸을 꽁꽁 싸매고 한 밤중에 몰래 나가서 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던진다.

 남자는 그 편지를 보고서 백사장에 글을 써서 두 사람은 소통을 한다.

 짧은 단문이 오고 간다.

 남자는 떠내려온 짜파게티 봉지 안의 스프를 발견하고 격렬하게 짜장면을 먹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면이 필요한 그는 갖은 궁리끝에 새똥에서 곡물의 씨앗을 찾으러하고 밭도 만든다. 기적처럼 옥수수가 자란다.

 이를 지켜보던 여자도 드디어 엄마에게 옥수수 씨앗을 부탁한다. 몇년만에 처음 건넨 말이다.

 짜장면을 배달시키는 여자, 남자는 자신에게 짜장면은 희망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돌려보낸다.

 남자는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데 성공한다. 두 사람 모두 감격한다.

 이후 닥쳐온 홍수, 남자는 구조되고 그를 찾아 대낮에 나온 여자, 둘은 민방위훈련덕에 버스에서 만나게 된다.

 내가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숨은 명작이다.

감독 : 이해준

출연 : 정재영, 정려원, 박영서, 민경진, 양미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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