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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 공지영

바람속 2022. 5. 26. 18:53

 작가는 어느 날,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일어나 앉아서, 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시대착오적으로' '불화'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어둠 속에서 떠올리고, 그간 썼던 글들을 모두 지우고 이 소설을 시작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들과 그 시대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작가 역시 한때 그들과 함께 넉넉한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희망으로 온 몸을 떨던 등이 푸른 자유였으니까, 그리고 작가는 아직도 그 등이 푸른 자유를 포기할 만큼 소금에 절여져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명우는 노동운동에 참여한 대학생으로 친구이자 동지인 은철의 동생 은림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이미 후배 건섭의 아내였다. 둘은 함께 창원으로 떠나기로 하지만 명우는 이를 배신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는 공원 출신의 여성 연숙과 결혼하지만, 연숙은 임신사실을 숨긴 채 이혼하여 딸 명지를 낳는다. 명우는 한달에 한번 정도 명지를 보러간다. 그리고 여동생의 후배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여경과 연인이 된다.

 7년여 만에 은림이 전화를 걸어오고, 다시 만난 두 사람, 친구 은철은 고문 휴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있고, 은림은 결핵환자로 죽음에 이른다. 소설은 세 여인- 명우에겐 옛 애인과 옛 아내와 현재 애인-의 삶과 그 사이에서 견더가는 명우의 관계를 처연하게 다루어 나간다. 지금 은림의 남편은 감옥에서 수감중이며, 명우는 더러운 부르주아들 자서전을 대필해 주고 산다.

 19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전선을 온 몸으로 겪어낸 작가의 삶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있다.

 그리고 영원히 청춘에겐 벗어날 수 없는 짐인 듯, 사랑의 격류가 소설적 장치속에 배합되어 있다.

 '언제나 말은 의도와는 빗나가고 마음이 저쪽에 전달될 때는 이미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무엇이 되어'있어서 오해와 이해의 사이를 넘나들며, 아픔과 슬픔이 버무려진다.

 명우가 은림을 선택하고 보살피지만 시간은 그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포기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고 신비이고 때로는 서러운 환희'이지만 결국 끝이 있다.

 그들은 '잃어버린 사람들, 하지만 빼앗기지는 않았던 사람들, 그래서 스스로 잃어 버렸던 세대들, 잃어 버리고도 기뻤던 우리들'이었으며, '상처 같은 건 잊으라고 만들어지는'거라고 한다.

 청춘은 늘 어수룩하고 외로운 것인가 보다.

 고등어가 노니는 바다는 과연 자유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