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공지영 본문
1983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발표 연도가 1989년이라는 점이 의외였다. 그리 길지 않은 시점에, 여전히 진행형임에 틀림없는 현실 속에서 작가와 그 시대 사람들의 경험을 소설로 써 내려간 작가의 용기도 의외다.
소설은 지섭과 민수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무원인 지섭의 아버지는 30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나, 퇴직금에다 빚까지 얻어 벌인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당하고,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딸의 불행에 다시 일어설 수 없는 폐인이 되어버린다. 지섭의 누나 혜섭은 80년 광주에서 죽음을 당한 약혼자 진규의 죽음으로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채, 진규가 남긴 유복자 재민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고등학생인 여동생 혜주, 이 집안을 지탱해 가려 애쓰는 그의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제대한 지섭이 온다.
부잦집 딸로 곱게 자라온 민수는 광주의 진실을 알면서 학생운동에 뛰어들게 되고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집을 나오게 된다. 민수에겐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언니 민진과 고등학생인 동생 민철이 있다.
복학하면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서로가 처한 환경속에서 방황하며 앞길을 모색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도피하듯 군대를 선택한 지섭의 과거와 그의 전 연인 인경과의 만남, 야학교사로 활동하면서 노동운동에 나서는 민수, 동지로서 함께 했던 두 사람의 죽음이 이어진다. 목사지망생이었지만 법대에 지망했었던 장호신의 죽음, 현장으로 간다던 그는 연탄가스로 사망한다. 군대에 갔던 형근의 죽음.
지섭과 민수 사이에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던 사랑의 확인, 그리고 그들의 만남까지 건너야 할 강이 있음을 서로 느끼면서 소설은 심연처럼 깊은 어둠으로 끝난다.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은 제목처럼 방황의 기록이다. 그러나 이 방황은 제목과 달리 아름답고 아름다워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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