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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 나렌드라 자다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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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 나렌드라 자다브

바람속 2024. 9. 4. 02:14

 이 책의 원 제목은 'Untouchables'이다. 불가촉천민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접촉할 수 없는 천한 사람이란 뜻이다.

 책의 주인공 다무가 거주하는 마을의 불가촉천민은 마하르, 참바르, 도르, 그리고 망 부족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들은 정해져 내려오는 의무를 하며 살아간다. 갖바치, 새끼줄, 바구니 짜기 등. 마하르는 마을의 하인 노릇을 하며 상층 카스트들의 허드렛일로 연명한다. 사원에도 갈 수가 없고 이들은 그림자조차도 사원에 드리울 수 없어서 멀찍이 떨어져서 기도를 올려야 한다. 이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어서 결혼식 악사인 참바르는 마하르보다 서열이 높다고 생각해서 절대로 마하르 결혼식에서는 연주를 하지 않는다. 

 가난과 모욕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마하르들, 역병, 특히 수두를 관장하는 여신인 마리아이를 전통적으로 섬겨온 그들, 그러나 다무의 아버지는 역병으로 사망하고, 다무는 개가 마시는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존재로 살아나간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소박하고 순수하다.

 다무 12살 때인 1919년, 사촌형인 레슬러 마다브가 상층 카스트의 여인과 정을 통했다는 소문에 뭄바이로 도망간 그를 돕기 위해 어머니도 떠나면서 뭄바이의 삶이 시작된다. 다무는 신문팔이 소년이 되고 우연히 백인 샤헤브를 만나 그의 딸 미시바바의 놀이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삶을 겪는다. 학교와 경마와 사냥도 알게 된다. 이후 대인도반도 철도회사의 일용직을 거쳐서 그의 성실함과 뛰어난 적응력으로 1924.11.1 정식직원이 되고 전동기 기계공으로 승진하며 기차 운전까지 배운다. 이후 바바사헤브 암베드카르에 감화되어 사회운동에 참가하게 된다. 이때 축제에 참여한 소누는 여자들을 희롱하던 남자들에 맞서 몽둥이를 들고 대항하는 결기를 보인다.

 소누는 12살이 채 못되어 시집을 왔으며 남편 마누의 얼굴을 결혼식 도중에 처음 본다. 그리하여 산처럼 커다란 남자의 아내가 된다. 처음 소누가 끓여준 차가 쓴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마누는 마신다. 차츰 소누는 남편 마누가 잘 익은 코코넛 같게 된다. 겉껍질은 거칠고 단단하지만, 안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코코넛.

 그러나, 1929년 파업이 시작되고 바바사헤브의 혜안에 따라 시기를 늦추자던 마누, 그는 조합을 탈퇴하고 대공황 속에 결국 실직한다. 매일매일이 고단하던 시기, 다무는 각 집안에서 돌아가며 맡은 석 달간의 마을 하인의 의무 예스카르를 위해 마하르에 돌아온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샘터에 떠오른 상층 카스트 미망인 시신을 건져내는 걸 거부하다 경찰 서장에게 구타당하자 그 밤으로 소누와 함께 뭄바이로 떠난다.

 다무가 시신을 건져내는 걸 거부한 이유가 시신의 몸에 접촉하여 불경을 저지르고 그 가족들의 화와 온 마을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책은 그들이 뭄바이로 가는 동안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하인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마을 소식을 알리고, 부고를 전하고 가축의 시체도 치운다. 정부의 관리가 오면 앞서 달리며 칭송의 노래를 불러 도착을 알리는 등의 일을 한다. 이 대가로 약간의 곡물을 받고, 집집마다 다니며 남은 음식을 구걸할  수 있게 된다. 

 뭄바이로 오던 중 두 사람은 나시크의 칼라람 사원 출입시위에 참가한다.

 그전에 다무는 초다르 저수지 행진에도 참여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불가촉천민은 상층 카스트들이 사용하는 저수지에서 물을 길어 올 수도, 마실 수도 없었으며 1926년 뭄바이주의 차별 폐지 결의안이 채택되었어도 종이조각에 불과했으며, 심지어 무슬림과 기독교도들도 마실 수 있는 물을 같은 힌두의 신을 모시는 불가촉천민만은 한 방울의 물도 마실 수 없었다. 이에 1927년 3월 19일 바바사헤브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초다르 저수지까지 행진하여 손바닥으로 물을 떠 마신다. 이때 바바사헤브는 자식을 키우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자식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라면 금수와 다를 게 없습니다.'

 이후 이 저수지는 질그릇 항아리 108개에 담긴 우유와 치즈, 소의 똥과 오줌을 부어서 정화시켰으며, 시에서는 저수지 사용 결의안도 철회한다. 이에 바바사헤브는 힌두교도들의 율법과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마누법전의 화형식을 거행한다.

 이후 어머니의 권유로 토 마스터를 찾아가고 간디와 바바사헤브간의 갈등과 차이를 알게 된다.

 토 마스터의 소개로 직장을 얻게 된 다무, 그러나 기계에 끼어서 엄지손가락을 잃지만 달리트운동의 지역 운동가 웁슘 구루지의 개인 비서가 되었으며, 소누에게 글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리고 활동가가 된 다무, 1937년 어머니의 뇌물이 있었지만 포트 포트리스 철도회사 정식 직원이 된다.

 그리고 다무의 실직동안 성냥공장에도 다니며 가정을 꿋꿋이 지켰던 소누, 결혼 12년째 1938년 첫 아이를 출산한다. 이후 소누는 모두 아들 넷, 딸 둘을 둔다. 그리고 1956년 10월 14일 다무의 뜻대로 소누도 바바사헤브를 따라 마침내 불교로 개종한다. 그해 10월 12일 향년 65세의 바바사헤브가 세상을 떠났지만 다무는 그의 추종자로서의 삶을 계속한다.

 그리고 책은 다무와 소누의 자식들 이야기로 이어진다. 1989년 1월 14일 다무는 세상과 하직한다. 책의 저자인 아들은 그가 용기와 결의라는 유산을 주었으며, 철학과 삶의 방식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다무는 실직의 어려운 시절 밤중에 울고 있는 소누를 달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소누,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이 책이 출간된 뒤 인터뷰를 위해 집을 찾은 기자가 소누에게 남편과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을 묻는다.

 '그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고, 나를 한 번도 학대하지 않았어요. 가장 좋았던 건 나를 때리려고 손을 쳐든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예요.'

 책이 위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