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한국의 연쇄살인 - 표창원 본문
이 책의 발행 연도는 2005년 6월이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일어난 유영철 사건은 20명이라는 충격적인 희생자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잔혹한 범행으로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여전하던 때였다.
책의 서문에서 언급한대로 15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유지되던 때이기도 하다. 이후 공소시효는 25년으로 연장되었고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행 등에 대해서는 폐기되었다.
저자는 연쇄살인을 사회적 난치병으로 명하며, 연쇄살인범을 만들어낸 개인적 사회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설명해야하며, 그로부터 효과적인 처방과 치료약을 찾기 위한 시작으로서 이 책을 펴냈음을 밝히고 있다.
책은 2001년 5월에 발생한 최인구 사건부터 시작한다. '살인 사건에 완전 범죄는 없다'는 수사의 철칙을 말하면서 피해자의 토막 사체 중 등 부분의 눌린 자욱으로 S사 B냉장고를 특징지운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 등록 및 감시 제도를 갖출 것과 소아기호증 등 성 도착과 그 밖의 폭력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이상 성격에 대한 사전 검사와 치료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우리나라에서 년간 1,000건 내외로 발생하는 살인 사건의 대다수는 치정, 원한 등에 얽힌 일회성 살인으로 살인범과 피해자 사이의 상호 작용, 즉 '관계'라는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잇는 살인 동기가 있어서 이에 따른 일반 살인 사건 해결률은 99퍼센트에 이르며, 그중 대부분은 사건 발생 1개월 이내에 해결된다고 한다.
그러나 연쇄살인은 살인의 이유와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함이 나타나며, 이에따라 홍수나 해일 이상의 피해와 사회적 충격을 일으키는 '인간 재해(human disaster)'임을 밝히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한국의 연쇄살인의 정의는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살인의 동기나 계산 없이, 살인에 이르는 흥분 상태가 소멸될 정도의 시간적 공백을 두고, 2회 이상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다.
책에 소개된 사건은 저자의 기준으로 연속살인으로 분류해야 할 1921년 이판능 사건부터 시작한다.
계속해서 연쇄살인으로는 1929년 이관규 사건, 1970년대의 김대두 사건, 영구 미제 사건이 된 부산 어린이 연쇄납치 살인 사건, 1980년대의 김선자 연쇄독살사건, 심영구 사건, 이어서 경기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추정사건(속칭 화성연쇄살인)의 개요와 수사과정, 사건의 의미까지 상기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남부 살인 사건은 2019년에 DNA대조에 의해 이춘재가 범인으로 밝혀졌으며, 그는 1994년 청주처제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아 복역 중이다. 단, 이춘재에 대한 처벌은 공소시효로 불가능하고, 1988년의 8차 살인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20년 복역 후 석방된 윤성여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90년대는 사회성이 강한 연쇄살인이 집중되며 조경수·김태화 룸싸롱 살인사건, 지춘길 사건, 대전 연쇄유괴 살인추정사건, 황영동 사건, 지존파사건, 온보현 사건 등이 소개되고 있다.
2000년대는 정두영 사건, 고창 연쇄살인 사건, 수원여성연쇄살인납치살인사건, 그리고 유영철 사건으로 맺는다.
저자는 각 사건들과 유사한 외국의 연쇄살인범등도 소개하고 있다.
책의 곳곳에 연쇄살인사건의 원인, 수사과정의 보완점과 사건의 예방책 등도 들어있다.
책의 마지막은 독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몫을 해내는 영웅들이 되어주길 기원한다.
우리나라도 참 다사다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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