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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 차알스 램

바람속 2026. 3. 30. 17:19

 1806년 영국의 수필가인 차알스 램은 누이 메리와 공동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20편의 명작을 골라 이야기 형식으로 읽기 쉽게 다시 고쳐 쓴다. 그것이 바로 '셰익스피어 이야기'다.

 램보다 열 살 위의 누나인 메리는 바느질을 해서 얻은 수입으로 동생 램과 함께 연로한 부모와 고모를 봉양하며 가까스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던 중, 정신쇠약 속에 발작을 일으켜 어머니를 칼로 살해하는 비극을 일으키게 된다.

 스무 살 때 심한 정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었던 차알스는 이 일을 계기로 오히려 더 굳센 사람이 되어서, 한 가족의 기둥으로 아버지와 고모를 돌보며 누이의 보호자로서 살아가게 된다. 정신이상에 모친 살해로 정신병원에 갇혀서 평생을 보내야만 하는 누이 메리, 그러나 차알스는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책임을 지고 평생 누이를 돌보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메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이후 아버지와 고모가 연이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차알스는 메리를 돌보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다. 그 후에도 메리의 정신병은 낫지 않았고, 해마다 한 두 번은 발작을 일으켰으며, 그 시기를 미리 알고 있는 차알스는 그때마다 메리의 손을 꽉 붙잡고 병원으로 급히 달려가서 2, 3 주일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저주받은 운명에게도 하늘이 베풀어 준 은총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문학적 재능이었다. 차알스는 친구 콜리지의 영향을 받아 문학에 입문하였으며, 작가 고드윈의 권유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소년소녀의 읽을거리로 고쳐 쓰게 된다.

 이 작업은 누이 메리와 함께 하게 되는데, 메리는 기실 뛰어난 문장력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1806년 1월부터 9월까지 20편의 작품을 완료했으며, 이 원고는 고드윈에 의해서 1807년 출판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책 이름은 '젊은이를 위한 셰익스피어 이야기'이며, 그 책에 수록된 20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폭풍우, 한여름밤의 꿈, 겨울 이야기, 헛된 소동, 뜻대로 하세요, 베로나의 두 기사, 베니스의 상인, 심벌린, 리어왕, 맥베드,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말괄량이 길들이기, 실수 연발, 자에는 자를, 로미오와 줄리엣, 십이야, 아테네의 타이먼, 햄릿, 오델로, 타일러의 왕자 페리크리스 등이다.

 이 중에서 차알스가 쓴 것은 리어왕, 맥베드, 아테네의 타이먼,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오델로의 여섯 편이며 나머지 열네 편은 모두 메리의 작품이다. 이 책에 수록된 열한 가지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제외하고는 모두 메리가 쓴 것이다. 그러나 처음 저자는 차알스 램으로 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문체는 비슷해서 마치 한 사람이 쓴 듯하다.

 차알스는 1820년 엘리어라는 필명으로 '더 런던 매거진'에 오랫동안 연재하여 수필을 썼고 1823년에 한 권의 책 '에리어 수필집'으로 출판되었다. 1833년에는 '속 에리어 수필집'이 출판되었는 데, 이 두 권을 통틀어 영국수필문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진다.

 1834년 12월 어느 날, 아침 산책 중 실수로 넘어져서 빰에 상처를 입게 되고, 그 상처에서 번진 단독으로 12월 27일 사망하게 된다. 누이 메리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13년을 더 살다가 1847년 동생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

 차알스와 메리의 '셰익스피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 문학의 입문서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소년소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중 세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편은 심벌린으로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와 브리튼 국왕 심벌린과의 전투가 벌어진 시대의 이야기다. 첫째 공주 이모젠, 어려서 잃어버린 두 왕자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주인공인 이모젠이 계모인 왕비의 고발로 추방된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오해를 받아 죽음에 이르렸다가 이를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에 이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헛된 소동이다. 등장인물은 메시나의 지사 레오나토의 딸 헤로와 조카딸 베아트리체, 전장에서 무공을 세우고 돌아가는 길에 레오나토를 방문한 아라곤의 공작 돈 페드로와 친구인 피렌체 영주 크라우디오, 파도바 영주 베네딕트다.

 크라우디오는 헤로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한다. 풍부한 기지의 두 사람 베네딕트와 베아트리체는 심한 농담 끝에 갈등을 빚곤 한다. 이에 돈 페드로 공작은 베네딕트와 베이트리체가 실제는 서로를 사랑한다는 말을 교묘하게 엿듣게 하고, 두 사람은 이 말에 진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결혼에 골인한다. 여기에 돈 페드로 공작의 이복동생 돈 지오반니가 형을 미워한 나머지 형의 친구라는 이유로 클라우디오도 미워하여 헤로가 밤에 다른 남자와 만난다는 누명을 씌우지만 이를 해결해서 다 행복해지는 이야기다.

 유대인과 이디오피아인에 대한 멸시가 등장하는 점이 이채롭다.

 마지막은 베로나의 두 신사다.    

 베로나에 사는 두 신사 발렌타인과 프로티우스가 각각 실비아와 줄리아라는 여인과 사랑을 이루어가는 이야기다.

 밀라노로 여행을 떠나던 발렌타인, 사랑을 부정하던 발렌타인이 밀라노 공작의 딸 실비아에게 빠지고, 이후 도착한 프로티우스도 실비아에게 반해서 베로나에서 사랑했던 줄리아는 물론 친구 발렌타인까지 배신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렌타인은 추방되어 도둑과 무법자들의 두목이 되고, 프로티우스를 찾아 밀라노까지 온 줄리아는 남장을 해서 프로티우스의 몸종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