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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 조조 모예스

바람속 2023. 6. 20. 22:35

 인간은 최종적으로는 결국 육신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인가 보다.

 이 소설에서 루이자 클라크가 온전히 자신이 되는 마지막은 성의 미로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윌 트레이너에게 털어놓았을 때다.

 그날 밤, 취해서 의식을 잃었고 루이자는 그들이 미로 속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30분을 그녀는 스스로의 치욕으로 다 채워왔었다. 루이자는 마을을 조금만 나가보려고 하면 늘 그들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으며, 애인 패트릭과 엄마와 아빠와 이 소소한 삶이 아무리 문제도 많고 한계로 가득 찼어도, 그래도 그녀는 안전한 느낌이 들게 해 주었으므로 충분하고도 남았다고 고백한다.

 또, 그곳에서 윌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아무한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루이자에게 들려준다.

 사람들은 대체로 그의 상태를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로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더 나빠질 수 도 있단다. 그러나 아무도 이러한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다시는 섹스를 할 수 없고 자기 손으로 만든 요리를 다시는 먹을  수 없고 절대 자기 자식을 안아 볼 수 없게 되면 기분이 어떻지, 그런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이 휠체어에 이렇게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죽도록 답답해져서,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고 싶어 진다는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주위의 사람들은 다 밝은 면만 보고 싶어 하고, 그래서 스스로 긍정정으로 생각해 주어야 한단다.

 윌은 휠체어 신세가 된 이후로 처음 말이 통한다고 생각한 단 한 사람 루이자를 위하여 그에게 미로 속의 일에 대하여 이렇게 들려준다.

 당신 잘못이 아니며, 어떤 실수들은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지만, 그 일이 당신이란 사람을 규정하도록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이유는 없다고, 그런 일이 못 일어나게 하는 게 당신이 가진 선택권임을.

 동네 카페에서 6년째 일하다 실업자가 된 루이자, 2년 전 교통사고로 전시마비 장애인 윌, 두 사람은 간병인과 환자의 관계로 6개월 기한의 만남을 갖는다. 곧 이 6개월은 윌이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을 할 때까지 가족과 약속한 유예기간임을 알게 되고, 윌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루이자의 헌신적인 노력이 이어진다.

 결국, 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루이자, 그러나 실제로는 윌이 루이자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준비해 준 기간임이 밝혀진다.

 윌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 애절하면서도 숭고하다.

 자신의 전 애인 알리샤와 친구 루퍼트의 결혼식에 참석한 윌의 행동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그가 상당량의 돈과 함께 루이자에게 남긴 편지의 마지막 글을 늘 가슴에 담아두고 싶다.

 '내 생각은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감상에 빠져 질질 짜는 건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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