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벌희 (1993)

 중국의 전통극 경극의 두 배우가 겪어야만 했던 중국 근, 현대사의 시대적 아픔을 증언하는 작품이다.

 1925년 육손이자 창녀의 아들인 데이는 어머니에 의하여 손가락 하나를 잘리우고 경극 학교에 보내진다.

 그곳에서 만난 샬로와 단짝이 되어 혹독한 경극 수련을 익혀나간다.

 동료의 자살을 겪기도 하면서 '패왕별회'의 두 주인공 초왕과 우희역으로 경극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한다.

 데이는 극중 역활처럼 초왕 샬로의 실제 연인으로 자신을 여긴다.

 권력가의 성적 대상이 되어야만 했던 데이는 청왕조와 군벌, 그리고 점령군 일본군을 위하여 무대에 서야만 한다.

 그러던 중 샬로가 창녀인 주샨과 결혼하면서 데이는 그녀에게 극심한 질투를 느낀다.

 반면, 샬로는 자신이 원치않는 무대의 공연에 반발하고, 데이는 이런 샬로의 안전을 위하여 공연을 계속해나간다.

 다시 국민군의 지배를 거쳐 공산당의 집권이 이루어진 역사의 격량속에서 데이와 샬로는 경극을 떠나야만 했다. 심지어 주샨은 샬로의 아이를 유산하기까지 한다.

 공산화된 중국은 새로운 경극을 원하지만 이에 맞서는 데이는 무력하기만 하다.

 1966년 문화대혁명속에서 샬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위해 데이의 과거 행적을 비난하고, 데이 역시 샬로의 처 주샨의 과거를 폭로하고 만다.

 이어지는 내용은 더 비극적이다.

 주샨과 데이의 자살 속에 초왕으로 분장한 샬로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이들의 비극적인 삶을 뒤로 하고 경극은 여전히 무대를 열고있다.

 홍콩출신의 소설가 릴리언 리(이 벽화)의 소설 '사랑이여 안녕'을 원작으로 하고있다. 릴리언 리는 직접 이 영화의 각본을 맡았다.

 1993년 제46회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와 공동 수상했다.

 경극의 화려함과 대조되는 두 배우의 인생역정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는 영화지만 내게 주는 감흥은 의외로 크지 않았다. 경극에 대한 나의 무지 때문일까?

 영화속 문화대혁명기간의 모습은 실제로 그 당시 자신의 아버지를 모욕했었던 감독의 경험이 담겨있기도 하다.

감독 : 천카이거 (진개가)

출연 : 장국영, 장풍의, 공리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