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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바람속 2016. 9. 16. 01:48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포르투갈 출생이다.

 80년대 모국 포루투갈의 정체성을 과거의 역사를 이용하여 다루어왔던 작가는 90년대 이후 지엽적 한계를 넘어서 인간의 윤리관, 인간 본성 자체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 '눈먼 자들의 도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가정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러한 상황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공의 세계에 대한 작가의 치밀함과 심도있는 묘사는 탄복을 자아내게 한다.

 운전중이던 한 사나이가 신호대기 중 눈이 멀게되고, 이어서 그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차례로 눈이 멀게된다. 그를 진료했던 안과의사 역시 눈이 멀지만 그의 아내만은 보이는 사람이지만 남편을 위해서 함께 수용소에 수용된다.

 눈이 먼 사람들의 상태는 캄캄한 어둠이 아니라 우유같은 뿌연 백색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수용소에서 벌여지는 눈먼 인간 군상들의 이기주의는 보이는 사람에게 눈이 먼 것이 더 행복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적나라하다.

 음식을 둘러싼 갈등, 음식을 소유한 폭력 집단의 등장과 그들의 짐승적인 행태, 수용소를 지키는 군인들의 공포와 폭력, 정치인들의 술수 등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진면목을 폭로하는 것 같다.

 폭력집단에 대한 응징은 방화로 이어지고, 화재에서 살아남은 수용소의 눈먼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눈 먼 도시로 돌아오게 된다.

 이들 눈먼 사람과 한 사람의 보이는 사람이 탐색하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의 야만적이고 추악하며 타락한 본성과 쓰레기, 악취로 뒤덮인 곳이다.

 소설은 성당의 성상들과 그림들의 눈이 가려지고, 칠해지는 것을 보여주면서 신의 존재까지 묻는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실체를 이렇게까지 탐구한 소설은 드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