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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2010년 이후

남한산성 (2017)

바람속 2017. 11. 12. 18:54

 김훈의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그의 문체에 흠뻑 젖어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풍정을 묘사하는 글의 정취속에 보석 같은 문장이란 것을 실감하곤 했었다.

 영화로 바꾸어 탄생한 이 작품은 그런 정취보다는 1636년 인조 14년에 청의 침입으로 일어난 병자호란에 집중한다.

 척화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의 대립, 그 속에서 고난의 삶을 이어가야 했던 일반 민토들의 삶이 펼쳐진다.

 고루한 관념에 빠져서 현실을 외면하고자 했던 사대부의 모습은 여전히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이 영화에선 모든 것이 결정되어버린 상황앞에서도 자신의 안위만이 우선인 영의정이자 사령관격인 도체찰사인 김류의 처신에 집중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다.

 어떤 신념이나 이념이라고 부르는 것의 절대성이 허위로 밝혀졌을 때 그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갖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는 것을 역사에서 무수히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이자 정체성을 규정짖는 근본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것이 없으면 자신도 부정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그것은 그저 하나의 생각일 뿐일라는 개방된 마음을 가지는 것이 그리 힘든 것일까?

 이 아이러니는 인간의 특성이고 유전적 형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청군의 본진과 남한산성간의 사이가 영화에선 상당한 거리로 표현된다.

 청군의 주요 병기인 홍이포의 유효 사거리가 700m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너무 멀게 묘사된 것 같다.

 영화는 배우들의 열연만 빼고는 그렇게 완성도 높게 보이지는 않는다.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김상헌의 자결 장면은 이해되지 않는다. 김상헌의 캐릭터도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내겐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감독 : 황동혁

출연 :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송영창, 조우진, 이다윗, 조아인, 허성태, 김법래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