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즈 엔드 (1992)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대표작으로 작가 자신에 의해서도 최고작으로 꼽히는 작품을 영화화했다. 포스터는 이 작품을 1910년 출간했다.

 하워드 엔드라는 런던 교외의 오래 된 저택을 매개로 슐레겔 가문과 윌콕스 가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의 시작은 하워드 엔드 저택 주위를 거닐며 창문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는 윌콕스 가의 안주인 루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슈레겔 가문의 3남매 중 둘째 헬렌이 하워드 엔드에 와있으며 감성적인 헬렌은 윌콕스 집안의 형제 중 동생 폴과 갑작스럽게 애정에 빠져서 결혼을 선언하지만 즉시 이를 철회하면서 두 가문은 어색한 관계에 빠지게 된다.

 그후, 윌콕스가가 런던에 거주하게 되는데 그 집이 하필이면 슐레겔 가의 맞은 편으로 위치해 있다. 이에 헬렌의 언니인 마거릿이 그 집을 방문하게 되고 안주인인 루스와 깊은 교감속에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한편, 헬렌은 '음악의 의미'라는 강좌를 듣다가 다른 사람의 우산을 가져오게 되고 자신의 우산을 찾아 뒤쫓아온 보험회사의 사무원 레너드 버스트와 알게되고 이를 계기로 슐레겔 가문과 안면을 트게된다. 이 강좌의 대상이 되는 곡이 베토벤의 운명인 것이 특기하다. 독서를 좋아하는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레너드 버스트는 책임감때문에 거리의 여인 재키와 결혼하며, 자신의 집안과 단절된 상태이다.   

 고전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의 루스는 병에 걸리고 사망하기전 하워즈 엔드를 마거릿에게 주겠다는 편지를 보내지만, 남편 헨리와 자식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편지를 불태운다. 하워즈 엔드는 루스가 태어난 집으로 그녀에겐 영혼의 터전인 곳이다.

 이후 헨리는 마거릿과 가까워지고 마침내 청혼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헨리는 레너드의 직장인 보험회사가 파산할 것이라는 정보를 마거릿과 헬렌에게 알려주게되고, 헬렌의 거듭 된 조언 끝에 레너드는 보수가 더 적은 은행으로 직장을 옮기지만 곧 해고되고 만다. 죄책감을 느낀 헬렌은 레너드와 가까와지고 급기야 그의 아이를 임신까지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헨리가 오래 전에 어린 재키와 관계를 맺었음이 밝혀지기도 한다.

 헨리를 과거를 용서한 마거릿은 그와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임신 사실을 모두에게 숨긴 헬렌은 외국으로 떠돌며 자신의 모습을 감춘채 지낸다. 헬렌은 남동생을 통해서 거금을 레너드에게 전달하지만 레너드는 이를 거절한다.

 만삭의 헬렌은 자신의 책을 찾아서 하워즈 엔드에 오게되고, 약속과 달리 헬렌이 마거릿을 찾아가며, 레너드 역시 헬렌을 찾아 하워드 엔드에 오지만, 헨리의 큰 아들로 격분한 찰스에 의해 책장에 깔려 사망하게 된다.

 과실치사로 찰스는 교도소로 떠나고 헨리는 하워드 엔즈를 마거릿과 그녀의 사후 조카인 헬렌의 아들에게 상속하기로 하면서 영화는 마무리 된다. 헨리는 마거릿에게 아내 루스의 편지도 이야기 해준다.

 20세기 초입, 격변하는 영국 사회 속에서 여러 인물들의 삶이 수려한 풍광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나간다.

 모두를 품에 안은 채, 이해하며 보살피는 마거릿이 바로 하워드 엔즈와 닮았다. 헨리도 결국 마거릿에게 동화되고 만다.

 하워드 엔즈 마당의 큰 밤나무에는 멧돼지 이빨이 박혀있다. 치통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란다.

 잔잔한 연출속에 인생의 여러 의미가 의외로 깊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짐작은 했지만 마거릿이 헨리의 청혼을 받아들인 과정이 쉽게 다가오진 않는다. 하긴 누가 남녀간의 일을 예정할 수 있을 것인가!

 199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거릿 역의 엠마 톰슨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이 작품외에서 작가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작품 '전망 좋은 방', '모리스' 도 각각 연출했다.

감독 : 제임스 아이보리

출연 : 엠마 톰슨, 안소니 홉킨스, 헬레나 본햄 카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사무엘 웨스트, 제임스 월비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