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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 공지영

바람속 2025. 11. 27. 22:12

 오래 묵은 숙제 같은 책이다.

 2001년에 나온 책이니 어언 20년을 훌쩍 넘었다.

저자는 18년간 신앙을 떠났다가 1년 전 거울 갑자기 하느님 앞에 다시 무릎 꿇은 후 출판사의 제안으로 유럽 수도원 기행을 떠나게 된다.

 그 전화를 받기 하루 전날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만일 하느님이 소원을 다 들어줄 테니 뭐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시면 유럽의 수도원에 가서 한 한 달만 쉬었다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 ' 왜 하필 한국의 산사도 아니고 유럽의 수도원이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단다.

 친구에게 어리광 피우듯,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듯 말했지만 말한대로 저자는 수도원 기행을 하게 된다.

 프랑스 아르정탱의 베네딕트 여자봉쇄수도원부터 시작한다. 관상수도원이라고도 하는데 한번 들어가면 스스로 원해서 나올 때 가지는 쇠창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오는 수녀님들은 우선 청원기 1년 동안 이곳에 적응할 수 있는가를 시험받으며 이후 수련수녀 2년, 기한을 정한 유기서원 3년, 이 총 6년의 기간 후 종신서원을 하게 되며 머리에 쓴 흰 수건 위에 검은 베일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아르정탱 수도원은 다른 베네딕트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모든 경비를 자급자족해야 하는 데 다른 수도원과 의외로 자체적으로 자급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18년 만의 눈물 속 고해성사와 영성체 미사는 종교의식의 위력을 느끼게 한다.

 이어서 그레고리안 성가의 본산인 베네딕트 남자 봉쇄수도원인 솔렘수도원, 리옹의 바실리끄 성당과 갈멜 수도원, 오블라따 수도회라고 알려진 '마리아의 무염시태 수도원', 베네딕트 여자수도회의 마꽁 수도원 등을 거쳐 부르고뉴 지방의 테제공동체에 이른다.

  테제공도체는 1940년 8월, 당시 스물다섯 살 난 스위스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청년 로제가 홀로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을 시작으로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들이 입회하고 오늘에 이르렀으며 현재, 25개국 출신 90명의 수사님이 계시며 세계 가난한 나라 곳곳에 수사님들이 파견되어 있다.

 이어 스위스 프리부의 '길 위의 성모 피정의 집', 오뜨리브 남자 시토 봉새수도회, 마그로지 여자 시토 봉쇄수도회를 찾는다.

 다음은 비발디 고향 베네치아를 거쳐 독일 뮌헨대학으로 저자는 향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숄 남매의 자취를 확인하고, 킴지수도원, 오스나 브뤽 베네딕트 여자 봉쇄수도원까지 간다. 몽포뢰 도미니크 수도원, 림부르크 수도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의외로 수도원 자체에 대한 감상과 소개는 많지 않다. 오히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저자 스스로 겪는 하느님의 배려와 만남이 내내 함께 한다.

 이 책으로 인해 알게 된 도시들, 유럽의 ICE 기차, 비발디의 음악 등은 하나하나 경험해 보련다.

 책에 나온 장 루슬로의 시를 적는 것으로 나도 마무리한다.

 

  또 다른 충고들 - 장 루슬로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풀과 돌, 새와 바람, 그리고 대지위의 모든 것처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추에게 달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너의 말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의 문제들을 가지고

너의 개를 귀찮게 하지 말라

그는 그만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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