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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초 - 한수산

바람속 2015. 4. 18. 22:51

 1976년 발표된 작품으로 한수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일월곡예단이라는 써커스단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작가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나라 써커스곡예단의 시작부터 현재의 쇠락기까지의 역사는 물론, 써커스단의 구성과 운영의 실상까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소개한다.

 그리고 여러 인물들의 개인사를 엮어서 삶의 굴곡과 아픔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어떤 거리감이나 가식적 느낌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작중 인물의 생생함 때문일 것이고 그것은 역시 작가의 치밀하고 깊은 취재에 기인한 것일 것이다.

 마술사인 윤재는 평생을 천막속에서 지내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의 죽음에 모든 단원들이 함께 치루는 장례식은 써커스단원간의 가족같은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윤재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고아출신 공중그네곡예사 하명과 줄타기곡예사 지혜의 슬픈 사랑은 부초처럼 떠돌며, 정착하지 못하는 그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통돌리기 곡예사 석이엄마와 석이아빠의 사랑은 너무 애절하다. 결국 석이의 장래를 아빠에게 보내고 슬퍼하는 석이엄마의 모정은 두 사람의 사랑보다 더 애절하다.

 서커스의 총무인 명수와 단장인 준표, 그리고 쓰러진 준표를 대신해 새로 단장이 된 준표의 동생 광표, 천하에 다시 없는 효자인 난장이 칠룡이까지 다들 그나름의 삶을 위해 써커스를 무대로 살아간다.

 새 단장의 농간속에 두패로 갈라지고 힘이 부족한 하명 등은 새 무대를 찾아, 또는 일반 사회의 삶속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들 출발의 신호처럼 석이엄마의 실화로 천막이 타오른다.

 작가는 무대위의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각의 무대위의 곡예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 나는 아직까지 내 인생의 무대위에서 떨어지지않고 버티고 있는 것일까? 그런 버팀이 진정 내 인생인 것인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