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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

바람속 2015. 3. 21. 22:21

 1949년 발표된 소설이지만 현대사회의 인간성 상실에 대한 예언같은 느낌이다.

 루마니아의 판타나 출신인 선량한 농부 요한 모리츠는 그의 아내 수잔나를 욕심되는 마을의 헌병대장에 의해 유태인로 바뀌어 수용소로 끌려간다.

 수잔나는 유태인인 남편과 이혼하는 것만이 재산을 지키는 방법이었기에 이혼장에 서명하고, 이 사실로 인해 모리츠는 유태인의 낙인이 찍힌다.

 이후 요한 모리츠는 백다섯군데의 수용소를 거치게 된다. 헝가리로 탈출을 하고 프랑스 포로의 탈출을 돕지만 그가 적성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석방되지 못한다. 심지어 그의 골격과 두상이 게르만의 영웅족의 전형이라는 이유로 독일군이 되기도 하고, 반강제적인 결혼도 하게 된다.

2차대전의 독일의 패망후에도 연합군측에 의해 포로가 된 그는 석방되지만 3차대전이 다시 발발하면서 다시 재회한 수잔나와 그의 두 아들, 그리고 수잔나가 소련군의 윤간에 의해 낳은 아들과 함께 수용소에 끌려간다.

 소설의 마지막은 수용소를 벗어나기위해 미군측에 온 가족이 지원하는 것으로 끝난다.

 소설의 또다른 축은 판타나의 희랍 정교회 신부 코루가와 그의 아들 트라이안이다. 이들 역시 전쟁상황에서 무기력한 희생자가 되고 수용소에 수감된다.

 트라이안은 소설속의 실제 소설 25시를 집필하면서 이른바 인간이 기계와 합작해서 만들어낸 '시민'에게 진정서를 통하여 그들의 실체를 폭로하고 조롱한다. '시민'이 좋아하고 읽는 유일한 글이 진정서라는 트라이안의 말이 섬뜩하다.

 트라이안은 수용소에서 금지된 곳에 스스로 걸어들어가 죽음의 길을 택한다.

 인간 개개인의 가치와 존엄성 대신에 하나의 번호로 분류되고 목록화되어 철저히 비인격적인 존재로 취급되는 '문명화'의 비인간성과 냉혹성이 전율스러울 정도로 냉정하게 표현하고 있다.

 문명과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요한 모리츠같은 취급을 당하거나 취급하는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