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게르트루트 - 헤르만 헤세 본문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20대였었다.
당시에는 주인공 쿤이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
'사람의 일생에는 청춘과 노년 사이에 분명한 경계를 그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해. 청춘은 이기주의로 끝나고 노년은 남을 위한 생활로 시작하지. 즉, 젊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하여서만 살기 때문에 생활에서 많은 향락과 고민을 받지. 따라서 모든 소망이나 착상이 소중해지고 모든 기쁨을 맛볼 대로 맛보는 거지. 그러나 동시에 모든 고뇌도 다 맛보게 되는 거지. 그리고 자기의 소망이 실현되지 않는 것을 보면 곧 모든 생활을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단 말이야. 그것이 청년이야'
'자식이 있으면 자기 자신이나 자기의 소망을 생각하는 일이 적어지지. 직무나 정치나 예술이나 혹은 학문 때문에 이기주의가 없어지는 삶도 있어'
'청년은 놀기를 바라고 노인은 일하기를 바라지. 자식을 만들기 위하여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자식이 생기면 자식 때문에 자신이 변하고, 필경에는 만사가 오직 자식 때문에 행하여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이 소설은 헤세가 33세에 발표하였다. 그 나이에 과연 헤세가 얼마만큼 이 말을 느끼고 썼는지 의문이지만 범인과 같이 판단해선 안될지도 모른다.
이번엔 무오트가 죽음전에 쿤과 나눈 대화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다만, 지혜같은 것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 뿐이지. 두가지 지혜가 있을 뿐이야. 그 중간의 것은 모두 농설에 불과해.
먼저, 불교도나 그리스도교도가 말하듯이 세계는 불완전하고 초라한 것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금욕하고 모든 것을 단념하지 않으면 안돼.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해. 금욕자는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괴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아. 하나는 지금과는 반대로 세계와 인생은 완전하고 올바른 것이야. 그렇다고 한다면 생활을 함께 할 수 있으며, 그 후에 조용히 죽을 수 있어. 그것으로 마지막이니까'
'대개의 사람은 날씨와 건강과 돈주머니의 사정에 따라서 양쪽을 믿고 있어. 그리고 정말로 믿고 있는 사람도 그것에 따라서 살고 있지는 않아. 나도 그렇지. 나는 석가와 마찬가지로 인생은 空이라고 믿고 있어. 그러나 나는 감각에 쾌적하도록 감각이 주요한 일인 것처럼 살고 있어. 그것으로 더욱 즐거울 수 있다면 좋겠는 데!'
날씨와 건강과 돈주머니에 따라 양쪽을 믿고있다는 헤세의 말에 특별히 더 붙일 말이 없을 듯 하다.
한 예술가가 불구가 되고, 사랑에 고뇌하는 과정과 예술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목 '게르트루트'는 쿤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이며, 무오트와 결혼한다.
장서로 두고 싶은 책중의 한나다.
이 책에는 그외에 헤세의 동화 '다른 별의 기묘한 소식'도 실려있다.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장례를 지낼 꽃을 요청하기위해 떠난 소년이 큰 새를 타고 다른 별에 가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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