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본문
'비어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작가가 밝힌 것처럼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이다.
시간적으로는 1960년대 중학생 시절부터 군대에 가서 베트남에 파견되기 전까지다.
주인공 유준과 그 주위의 친구들, 어머니, 그리고 첫사랑의 여인, 그가 방랑하고 방황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굴속에서 생활하고 전국을 무전여행하고, 심지어 공사판을 떠돌면서 살기도 한다. 여기에 간략하게 출가를 위하여 절에 머물렀던 시절도 있다.
그리고 가슴아픈 자살의 시도도 담겨있다.
작가는 너무 담담하게, 마치 누군가가 만든 영화를 보면서 그 스토리를 소개하는 듯 써내려간다.
주인공인 유준에게 그리고 그의 사람들에게 힘든 그 시간들이 이렇게나 물흐르듯 말해지는 것은 지난간 시절의 이야기고, 그것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여러 등장인물 중 인호의 다음 삶이 가장 궁금하다.
공군에 나가서 산꼭대기 레이더 기지에 틀어박혀 있는 인호, 발목에다 큰 바윗돌을 매달아 놓은 것 같다는 인호, 삼나무와 홍소을 심고 가꾸고 싶다던 인호가 나와 가장 닮은 듯 하다.
무한한 자유와 엄청난 억압이 동시에 있는 시기, 독립운동 처럼 험난하고 외롭던 시기인 개밥바라기 별의 시절은 갔지만 지금도 작가의 후기처럼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하고 싶다.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만 있다면.
'나의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적 체험 - 오에 겐자브로 (0) | 2016.09.08 |
---|---|
어느 수학자의 변명 - G. H. 하디 (0) | 2016.08.30 |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 이석영 (0) | 2016.08.28 |
가난한 사람들 - 도스토예프스키 (0) | 2016.08.15 |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 (0) | 2016.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