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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이 열연한 박태수는 이 영화에서 거의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의 궤적을 밟아나간다.
양아치 수준의 아버지밑에서 자란 박태수역시 건달 같은 학창 시절을 보내지만, 젊은 검사에게 쩔쩔매는 아버지를 보면서 검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는다. 출세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이다.
갑자기 벼락공부를 통해서 그는 서울대에 간다.
학내 데모의 와중에서 그는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여학생을 보호하려다 강제징집된다. 사이비 민주투사의 타이틀을 따게 된 이유는 남자로서 여자를 지켜주려 한 것 때문이다.
검사가 되어서 재벌급의 사위가 되고, 3년여를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주어진 직무에 충실한다. 그의 결혼의 첫번째 이유는 아내가 된 여자의 매력이다. 그 외의 부는 있으면 좋은 것일 뿐이다.
제자를 성폭력한 교사에 대하여 그는 분노하고 정당한 처벌을 내리려하지만, 검찰 내 최고 권력자인 한강식 팀의 회유에 굴복하고 만다. 그럼에도 합의금을 최초의 5백만 원에서 10배로 올리긴 한다. 피해자 여학생의 지적장애 어머니가 고맙다고 준 김밥을 목이 메이면서 먹는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친구와 가족에게 철저하지 못했고, 여배우의 유혹에 수비게 넘어간다. 그 철저하지 못한 대가로 한강식 팀에서 밀려나고, 친구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다.
정치가로 변신한 박태수의 화려한 복수는 그런대로 통쾌하지만, 그의 국회의원 당선 여부는 관객의 손에 맡긴채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개연성과는 별개로 이 작품은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의 삶의 여정과 일치한 듯 하다.
박태수처럼 그렇게 대부분 비굴하게 때로는 절박하게, 가끔은 대의를 위해서 살아간다.
한강식 일당의 권력유지 방법이란 게 점쟁이에게 비는 것으로 묘사되는 데, 실제로도 그런 허약한 것임을 느끼곤 한다.
너무 많이 비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서슴없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를 이렇게 풀어볼 수는 있다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자 힘인 듯하다.
감독 : 한재림
출연 :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김아중, 류준열, 김응수, 김민재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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