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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2010년 이후

피에타 (2012)

바람속 2017. 6. 11. 04:50

 고아로 살아오면서 고리 사채업자의 하수인이 된 강도의 사채회수방법은 끔찍하다. 3백만 원을 빌리면 석 달만에 3천만 원이 되는 계산 방법은 세상의 모든 기본을 송두리째 뒤집어버리는 계산법이다.

 이정진이 연기한 강도라는 인물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 '순수한' 악을 대표한다. 그는 그저 철저한 악이다. 그의 삶은 단조롭고 그가 저지르는 폭력은 단순하다.

 그는 채무자에게 말한다.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라고 생각하는 니들이 더 악마지'.

 그들은 채무 변제를 위해서 자본주의 체계가 만들어 낸 보험제도로 인해서 자신의 팔과 다리를 바쳐야 한다.

 불구가 된 이후 그들의 삶은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상태로 떨어진다. 한쪽 팔을 더 제공하여 자신의 아기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다는 말은 더 이상 인간의 마음이 아니다. 무지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보험금을 타내기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강도는 그들의 자살을 귀찮아한다.

 더 이상 이 영화의 세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강도에게 감독은 피에타로 상징되는 어머니의 모성과 모성의 상실을 경험하게 하려는 복수를 진입시킨다.

 너무도 쉽게 강도는 그 덫에 걸려든다.

  '불안해, 갑자기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다시 혼자가 되면 못 살 것 같아' 강도의 진술처럼 그는 너무 쉽게 보편적인 인간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죄를 온몸으로 속죄한다. 피해자의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감은 채 온 도로 위에 핏줄기를 남긴다.

 이 작품은 감독의 18번째 작으로 2012년 69회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아마도 그동안 김기덕 감독의 전 작품들에 대한 평가가 함께 한 것일 것이다.

 이정진의 캐스팅에는 찬성하고 싶지 않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도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해 냈는지는 의문이다.

 감독은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한 또 하나의 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에는 성공한 듯싶지만, 감독이 제시한 해법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나로선 그 해법이 인류가 기대하는 마지막 언덕이 아니길, 그리고 그 해법이 영원한 진리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섞여있다.

감독 : 김기덕

출연 : 조민수, 이정진, 우기홍, 강은진, 조재룡, 이명자, 허준석, 권율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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