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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란 무엇인가 - 김용옥

바람속 2018. 9. 18. 02:36

 1986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용은 떠나서, 자신의 신상이나 상황과 관련하여 다소 장황하게 스스로의 입장을 밝히는 그의 책 쓰는 스타일부터 포함하여, 책에 사용되는 외국어에 대한 표기 방식까지 너무 낯설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방식에 수긍하며, 이런 입장이 있을 수 있고, 지금까지 내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여자를 주제로 하여, 인류사에서 여성에 대한 관념, 여성의 역활 등을 사상사와 문화사적 측면에서 추적한 것이다.

 그의 글쓰기는 고대의 신화에서 어원 분석, 종교, 동서양 철학까지 종횡무진 과감하게 달려나간다.

 그는 이른바 서양 문명이 땅으로 대변되는 여성성을 억압하고,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취급하였음을 주장한다. 아담의 갈비뼈로 하나로 만들어진 이브의 존재가 이를 극명하게 나타낸다고 본다.

 반면, 동양문명과 농경사회는 땅이 우선이며, 이에 따라 당연히 여성이 남성보다 더 앞선 존재였으며, 순환적 세계관의 형성으로 이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저자는 위지동이전의 소개와 해석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근원과 배경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여기에서 솟터와 서낭이 주요하게 언급된다.

 저자는 이런 전개끝에 지금까지의 내용이 1985년 11월 30일에 행한 동양철학특강(제4회 종강기념특강)의 강의안 중 열한장의 페이퍼 중의 제1페이지일 뿐임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오만(?)에 대해선 나름의 평가가 있겠지만, 내겐 이 책이 그가 밝힌 것처럼 강의를 옮긴 것이라는 것만 말하고 싶다. 그럼으로 이 책에 대한 모든 파격, 과격, 도전 등은 다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의 말로 보인다.

 서양문화에서 재난시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구조하는 것도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나의 다른 해석을 밝히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벌써 30 여년전 저자가 펼쳐놓은 지식의 스케일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