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조선 최고의 예술 판소리 - 정출헌 본문
이 책을 읽고서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으로 들어볼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다.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수궁가, 적벽가 그저 옛날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이 작품들이 얼마난 깊고 큰 세계를 그리고 풍자하고 있는지 알게되었다. 아울러 그 작품들이 우리의 상식과 다른 내용을 간직하고 있음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춘향전과 수궁가의 여러 이본, 적벽가의 군사설움타령, 죽고타령, 군사점고타령 등은 나의 눈을 넓혀 준 부분들 이었다.
그외에 일곱마당도 사설조차 전하지 않는 '가짜신선타령'을 빼고서는 사설을 구해서 읽어야 하겠다.
'가짜신선타령'을 뺀 나머지 실전 작품은 이렇다.
도시의 건달패 변강쇠가 장승을 패서 불을 때다가 죽은 사연을 노래한 '변강쇠 타령', 향촌의 유량민 장끼가 독이 든 콩을 주워 먹고 죽은 사연을 노래한 '장기타령', 도시의 부자 무숙이가 향락적인 삶을 살다 패가망신한 사연을 노래한 '무숙이 타령', 향촌의 부자 옹고집이 수전노처럼 살다 집에서 쫓겨난 사연을 노래한 '옹고집 타령',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장담하던 배비장을 풍자한 '배비장 타령', 여자의 유혹에 빠져들어 넋을 잃고 말았던 골생원을 풍자한 '강릉매화타령' 등이다.
저자는 이들 실전 7가가 남성의 가부장적 권위, 비정상적인 삶의 행태 그리고 향락에 젖어 있던 양반층의 위선을 신랄하게 풍자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19세기후반이후로 판소리가 서민층을 벗어나 양반과 궁궐내까지 진출하면서 양반 관객의 취향에 맞추어 7가가 잊혀져갔음을 지적한다.
여기에 이들이 다루고 있는 문제의식의 협소함과 낮은 예술적 수준도 열거한다.
그러나 저자는 판소리 광대들이 대갓집 사랑방안에서 지내면서 서민들의 생기발랄한 판소리 정신의 약화를 꼽고 있다.
오늘날 무대위의 연예인, 문화재가 되버린 판소리 명창들의모습도 아프게 묻고있다.
신재효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이 있음과 함께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를 알게 됐음도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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