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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 - 김숨

바람속 2019. 10. 22. 00:19

  52명의 출연진이 나오는 연극에서 만삭의 임산부로 무대에 등장한 선희는 '아기가 나오려고 해요' 그 한 줄의 대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정신을 잃는다.

 깨어난 선희는 단 한번의 주연을 한 적도 없이 해오던 무명배우의 생활을 정리하고 경주로 내려와 자신과 같은 나이로 11년째 깨어나지 않는 경희의 간병인이 된다.

 그리고 경희의 삶과 병원의 환자들, 다른 간병인들과의 삶을 편지로 담는다.

 그녀의 편지글이 이야기하는 대상은 그가 돌보는 경희가 주다. 의식이 없는 경희에게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묻는 여러 질문들의 대상은 결국 선희 그 자신이다.

 책의 제목처럼 선희는 너는 너로 살고 있는지, 그렇게 묻는 나는 나로 살고 있는지 되풀이 해서 묻는다.

 조금씩 경희의 지난 삶을 알아가는 것처럼 자신의 지난 삶의 모습도 천천히 펼쳐 놓는다.

 결국, 경희의 남편은 새로운 여인을 만나고 선희를 요양변원으로 보내기로 한다. 

 경희는 선희의 혀에 복숭아 과즙 서너 방울을 떨어뜨려준다. 그리고 알레르기 방울을 일으키는 선희, 그녀의 남편도 몰랐던 복숭아 알레르기.

 경희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선희의 몸이 살아있고 변화속에 있어서 복숭아 알레르기 체질로 변한것이라 생각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고서 우리들은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삶이 어떤 삶인지 누구의 삶인지 알고서 인식하고서 살아갈까?

  책의 글보다는 책속의 판화 그림으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읽는 내내 책속의 그림들을 자주 들여다 본다.

  그 그림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당신이 누구냐고, 어떻게 살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