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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바람속 2020. 2. 2. 02:09

 왜 톨스토이를 일컬어 작가들이 극찬하고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가인지 다시끔 인정하게 되는 책읽기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예술작품으로서 완전무결하다. 인간 영혼의 넓고 깊은 심리 분석, 그리고 러시아에서 전례 없는 예술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인간의 죄와 악행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구현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한 예술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는 책의 곳곳에 넘쳐난다. 톨스토이의 문장은 길지 않다. 적절한 비유속에 간략하고 자연스러워서 읽고 이해하기에 적절하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작중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설명이나, 어떤 행위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안나 카레니나가 왜 불륜에 빠졌는지, 왜 브론스키와의 생활속에서 낙담하여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명시적이고 확정적인 이유를 밝혀주지 않는다.

 그저 안나가 느끼는 것, 그때 그때의 심리의 변화를 알려줄 뿐이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조건하에서 그가 느낀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 그가 한 행동에 대해서 내가 짐작하는 것일 뿐일 것이다.

 그리고 생각과 짐작을 통해서 판단한 것이 나 이외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톨스톨이는 그 어려운 일을 내내 해낸다. 개의 마음을 읽는 것 까지도 그렇다.

 2부 15장 레빈과 스테판의 사냥에서 톨스토이는 사냥개 라스카의 생각을 책에 적는다. 레빈이 키티의 결혼 유무에 대해서 스테판에게 묻는 것에 대해 라스카는 이렇게 생각한다.

 '잡담도 아주 때맞춰 하는군, 새가 날아오는데, 저기 정말로 오잖아, 멍청하게 놓치기나 하고' 그러나 두 사람은 동시에 총을 쏴서 똑같이 멧도요새 한 마리를 맞힌다.

 풀베기 작업에서 레빈이 절정에 올랐을때의 묘사도 역시 그렇다.

 한창 일을 하는 동안, 그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까맣게 잊게 되고 갑자기 일이 쉬어지는 순간이 찾아들 곤 했다. 바로 그 순간에는 그가 벤 줄이 치트가 벤 줄처럼 고르고 훌륭해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억해 내고 더 잘해 내려고 애쓰는 순간, 그는 노동의 힘겨움을 고스란히 느꼈고 줄도 비뚤비뚤해지고 말았다.

 책을 통하여 톨스톨이가 주장한 종교, 사회, 제도, 철학 등의 제반 문제에 전부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관점이 하나의 삶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위대한 성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연진희의 번역외에 다른 번역본도 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