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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대리인 - 시오노 나나미

바람속 2023. 4. 8. 01:57

 마태복음 제16장 에수가 시몬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반석)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지옥의 권세도 여기에는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너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묶으면 하늘에서도 묶일 것이요, 네가 당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이리하여 일찍이 어부였던 베드로의 지위가 결정되었다. 모든 기독교도는 신의 지상 대리인으로 지명된 베드로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결정된 것이다. 또 '네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예수의 선언에 따라. 서기 64년경 로바의 바티카누스(오늘날의 바티칸)에 있던 네로 황제의 원형경기장에서 순교했다고 전해지는 베드로의 유하 위에 성 베드로(산 피에트로) 성당이 세워졌다. 그 이후 역대 교황들은 초대 교황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하늘과 지상과 지하를 지배한다는 상징인 삼중관과 천국의 열쇠를 짜 맞춘 형상을 문장으로 삼고, 어부의 반지를 낀 손으로 명령을 내리고, 그 손으로 축복을 베풀었다.

 이렇게 교황은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인, 성 베드로의 후계자, 전 가톨릭 교회의 최고 사제,  서유럽 총 대주교, 이탈리아의 수석 대주교, 로마 교구의 대주교, 바티칸의 원수이다.

 이 책은 네 명의 교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먼저 비오 2세(1458~1464 재위), 마지막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지 250여 년이 지난 때, 오리엔트의 정세를 전혀 모르는 교황은 종교적 열정에만 불타서 십자군을 일으켜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선박은커녕 병사 한 명 보내오지 않는다. 바오 2세의 기대에 부응한 것은 이름도 없고, 무기도, 인솔자도 없는 거지 떼들만 모여들었다. 로마를 떠난 지 두 달 뒤까지 오지 않는 십자군을 기다리면서 정신까지 혼미해진 교황은 결국 안코나에서 숨을 거둔다.

 두 번째 알렉산데르 6세(1492~1503 재위)와 사보나롤라, 이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와 피렌체 상인 루카 란두치의 일기, 교황의 비서관 바르톨로메오 플로리도의 일지를 통해 두 사람의 대립을 살펴본다. 자료들은 주로 창작이 많다. 정교분리를 주장한 교황, 프랑스 왕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원정을 기회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추방하고 인민정부를 수립하는 데 성공한 사보나롤라는 신권정치를 확립하고자 한다. 대립하던 두 사람 그러나 사보나롤라는 신을 시험한 죄와 인민의 변덕 속에 화형에 처해진다.

 알렉산데르 6세는 그의 자식들 체사레 보르자와 루크레치아 보르자로도 기억되어야 할 인물이다.

 세 번째는  전사의 교황이란 별명을 갖은 율리우스 2세(1503~1513 재위)다.  이탈리아의 통일과 교황청의 독립을 위하여 전장을 누볐고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네 번째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일 로렌초 데 메디치의 둘째 아들인 레오 10세다. 로마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모토속에 엄청난 돈을 뿌려서 로마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지만 그 대신 교황청은 빚으로 휘청거린다. 그는 성 베드로 대성전 건축을 위한 면죄부 판매를 승인하여 종교개혁의 불씨를 제공한다.

 각 교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으면 훨씬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다.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남성주의, 영웅주의, 승자와 권력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