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종이 여자 - 기욤 뮈소 본문
한 번 손에 들기 시작하면 좀처럼 내려놓을 수 없는 책이다.
로스앤젤레스 맥아더파크에서 죽마고우였던 세 친구들이 펼치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다.
먼저 이들이 자란 맥아더파트를 책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나뒹구는 길, 찌그러진 철제 셔터들이 덜렁거리며 붙어있는 구멍가게, 노후화돼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건물들이 들어찬 빈민가'.
주인공 톰 보이드, 33세, '천사 3부작 시리즈'의 1부 '천사들의 동행',2부 '천사의 기억' 출간으로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는 맥아더파크에 소재한 자신의 모교에서 문학교사로 재직했었다. 3부작 중 마지막 권의 집필을 앞두고 피아니스트이자 톱모델인 서른한 살의 오로르 발랑꾸르와 사랑을 하지만, 이내 그녀의 변덕에 버림받은 후 그녀의 사랑을 다시 얻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한 후 폐인이 되어 약물에 의존한 채 지내고 있다.
톰 보이드의 에이전트 밀로, 아일랜드인 어머니와 멕시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갱단 MS-13에 가입했다. 그 후 2년 동안 조직을 위해서 자동차를 훔치고, 마약 밀거래를 하고, 상인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총기를 되팔았다. 나이 열다섯에 벌써 야수 같은 인간이 되었지만 톰의 현명한 판단과 캐롤의 따뜻한 마음에 힘입어 단원이 된 이상 절대로 살아서 탈퇴하지 못한다는 갱단을 도망쳐 나왔다. 그는 캐롤을 사랑하지만 친구로의 그녀조차 잃을까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한다. 냉엄한 출판계에서 학위나 특별한 직업 교육도 받지 않고 오로지 현장 경험만으로 최고의 출판 에이전트의 자리에 오른 밀로는 톰 보이드와 자신의 돈 대부분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매도프사기사건에 말려서 홀딱 날려 버린다.
마지막 인물, 캐롤,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이민온 그녀는 11세 생일날 양부에게 강간당하고 14세에 홀로 낙태를 겪어야 했다. 톰은 매일 '천사 3부작'의 마법 같은 세계를 만들어 그녀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주었다. 그리고 1992년 L.A 폭동 때 양부가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절명한 후, 15세의 그녀는 직접 돈을 벌어가며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단번에 경찰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한다. 22세에 경찰 제복을 입은 후 현재 서전트까지 승진했다.
그리고 이들외에 '종이 여자' 빌리가 등장한다.
톰의 시리즈 2권 디럭스 에디션 판이 인쇄에 문제가 생겨서 전체 500페이지 중 갑자기 266페이지에서 미완성 문장으로 끊긴 채 백지로 이어진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그기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그녀는 바닥에 나가떨어지면서'
그렇게 나가 떨어진 여자 빌리가 톰 앞에 등장한다. 그녀는 톰이 3부를 완성하여 자신을 다시 책 속의 세계로 돌려보내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실은 밀로가 톰에게 3부를 집필하도록 하기 위해 빌리역할을 하도록 고용한 배우 지망생 릴리 오스틴이었다.
소설은 릴리 아니 빌리와 톰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과 더불어, 캐롤이 빌리의 존재를 믿으면서 인쇄가 잘못된 시리즈 2권의 책 중 회수되지 않고 세께 곳곳을 돌아다니는 한 권의 책 찾기가 함께 진행된다.
샤살의 1914년 작 '푸른 배경의 연인들; 작품, 부카피 베이론 차량 등과 함께 한국인과 한국도 제법 등장한다.
믿을 수 없는 일을 믿게끔 만드는 작가의 붓끝에 기꺼이 놀아나는 기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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