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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계절 - 박완서

바람속 2014. 9. 9. 13:48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목마른 계절'은 육이오전쟁이 일어나던 해인 1950년 6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한 해 동안의 이야기를 달마다 나누어 엮었다.

 주인공 하진의 체험을 서술하는 형태의 이 소설은 작가의 체험을 기반으로 전쟁이 한 가족에게 준 아픔을 담담히 그린다.

 여학교시절, 교내 비밀 좌익서클에 가담했던 하진은 공산정권 치하의 서울에서 지내면서 전쟁의 비극 속에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깨닫는다.

 무기력한 어머니와 만삭의 올캐와 함께 하진은 폐쇄된 서울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그의 이전에 열렬한 좌익 운동가였던 그의 오빠는 이념을 벗어나 은둔코자 하지만 결국 의용군으로 끌고 간다.

 서울이 수복되고 돌아온 오빠와의 해후도 잠깐, 오발사고로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오빠와 함께 일사후퇴의 와중에 다시 적 치하의 삶을 살게 된다.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밤의 기행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삶에서 나중엔 인민군의 의복을 수선하며 하진은 생계를 이어간다.

 다시 전선이 북상하면서 결국 하진의 오빠는 살해되고 어머니는 실성하고 만다. 올케와 함께 북으로의 이주를 가다 빠져나온 하진은 다시 새 삶을 기약한다.

 책에선 기본 줄거리 외에 친구인 향아와의 우정과 향아의 약혼자인 민준식과의 사랑. 그리고 먹을 것을 구하던 중 만나게 된 갑희를 통해 보여준 전쟁의 광기와 인간애의 모습 등이 함께 한다.

 하진을 통해 보여준 여인의 성적 갈망과 생존본능의 강인함은 그 자체로 진실의 비밀을 엿본 느낌이었다.

 전쟁을 통해 드러난 인간 군상의 진실이 바로 실제의 진실, 아니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작가는 알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