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1996)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이다.

 처음에 봤을때는 '악어' 용패의 삶이 더 와 닿았었다.

 이번에는 알이 깨진 안경을 쓰고 깡통 캔을 주워파는 노인에게 집중하게 된다. 고장난 자판기 속에 들어가 200원짜리 커피를 직접 만들어서 내보낸다. 노인은 그좁은 곳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그 노인은 아이를 꾀어 살인을 하게 만드는 자에 의해 살해당한다.

 이 영화는 철저히 이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그리고 사회의 힘있는자들에 의헤서 버림받는 사람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그들은 끊임없이 그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남고자 몸부림치고, 자신보다 더 약한 자들을 짖밟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용패의 재주는 물속에서의 긴 잠수능력이다. 그는 이 재주를 이용하여 자살한 사람들의 지갑을 훔치고 그들의 시신을 찾아주는 걸로 돈벌이를 한다. 여기에 아이에게 앵벌이를 시키고, 가짜 정력제품을 판다.

 그런 용패는 번번히 자신의 돈을 사기 노름꾼에게 갖다 바친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의 시작은 다리위에서 투신한 한 여인과의 관계가 주를 이룬다.

 집단 강간을 당하고 투신자살을 하려는 여인 현정을 구조하여 자신의 성적 욕망의 상대로 삼는 용패는 점점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용패는 그녀가 겪은 집단 강간이 그녀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의 계획임을 밝혀서 그녀의 미련을 버리게 하려고 한다.

 현정은 결국 다시 자살의 길을 택한다. 용패는 그녀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려고 함께 수갑을 차지만, 이내 탈출하려고 시도하다 실패하고 결국 죽음을 함께 하게된다.

 영화는 비열한 인간의 모습들을 극한 상상의 범위까지 찾아들어간다. 불륜남녀, 동성애자인 몽타주 작성자에 살인청부업자까지 등장하는 부수적인 인물들도 이 군상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사랑과 죽음을 통해서 그보다 나은 세계가 있음을, 그들도 늘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려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시도들은 대개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도 피하지 않는다.

 감독의 지독한 시선을 실감할 수 있었던 출발이었다.

감독 : 김기덕

출연 : 조재현, 전무송, 안재홍, 우윤경, 양동재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