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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록
박범신의 40번째 소설이다. 자본주의를 '빨대'와 '깔때기'의 거대한 네트워크 구조로 보면서, 현대의 거대한 소비문명속에 그 소비를 위한 과실을 야수적인 노동력으로 따 온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그 아버지들의 모습, 치사한 세계속에 치사하게 사는 삶, 쓴 맛의 어둠을 벗어나서 유랑자로, 소금밭의 염부로 새로운 생명의 삶을 노래하는 또다른 아버지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내게 있어 이 소설은 중학교 1학년 명우가 하루 150리길을 걸은후 쓰러진 강변에서 그를 업어와 살린 세희 누나와의 사랑으로 남을 듯 싶다. 여비를 아껴서 산 작은형 비타민과 과자, 사탕, 이것은 마음이다. 강경의 젓갈 발효실에서 갇혀보낸 세희 누나와의 하루 밤, 공덕동 언덕배기 작업실의 크리스마스이브, 단추를 다는 명우,..
내가 이 책을 소유한 후 마지막 책장을 덮기까지 10년은 걸린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은 어지러웠다. 지금도 역시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에는 샤를마뉴를 중심으로 그의 증조부 피핀(헤르스탈의 피핀), 조부 샤를 마르텔, 아버지 피핀(단신왕 피핀), 아들 경건왕 루이때가지가 합쳐서 한 인물로 다루어진다. 샤를마뉴는 프랑스어이며, 독일어론 카를대제, 라틴어론 카롤로스 대제, 영어론 찰스 대제다. 그에겐 열두명의 12명의 기사(팔라딘 즉, 성기사)가 있었다고 전해지며, 이 책은 그들의 무용담까지 담고있다. 제목의 '전설'처럼 그들의 모험은 마법과 환상이 버무러져있다. 가장 유명한 팔라딘은 오르란도(이탈리아식, 프랑스명 롤랑)이며, 그외 리날도, 여성기사 브라다만테, 로게로부터 덴마크인 오기에르의 얘기..
1950년대의 미국 남부, 흑인차별에 대한 법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그 관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다. 백혈병으로 1년여 시한 선고를 받은 약사 말론, 판사이자 남부의 유력정치인인 클레인은 70대이다. 그리고 판사의 손자인 제스터, 판사의 개인 비서인 셔먼이 주인공이다. 말론은 죽음앞에 직면한 한 인간의 여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분노와 부정 그리고 이후는 죽음이다. 셔먼은 흑인으로 백인사회에 분노하고, 저항하며 판사와 제스터에 대해서 양면의 감정을 보인다. 어머니에 대한 탐구와 집착은 그의 정신의 가장 큰 결함이자 특징이다. 그 어머니들은 모두 가상이다. 판사는 완고한 백인우월주의자에 심지어 남부의 구화폐 가치를 복원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더구나 자..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도자기에 대한 지식을 거의 완벽하게 재정립하여 정리해준 책이다. 일본식의의 잘못된 용어도입에 의한 도자기 분류의 혼란과 혼동되어온 도자기의 작품들이 이 책을 통해서 바로 잡히며, 나 스스로 그런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됨은 올곳이 작가의 덕분이다. 명확한 도기와 자기의 구분과 함께, 우리의 생활에 가장 밀접하고, 가장 맞이 사용된 질그릇, 즉 도기에 대하여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이 책은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왜 질그릇이 자기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인지를 직접 실감하게 된다. 바로 우리의 삶이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이어 자기로 가면서, 고려의 청자, 분청자, 조선의 백자까지 시대적인 배경과, 당시의 주류 사상과의 대비속에 펼쳐지는 해박한 설명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 솜씨와 미문을 여실히 느길 수 있는 단편모음집이다. 1982년 11월의 헛간을 태우다 부터 1984년 3월의 세가지의 독일 환상까지 총 5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1. 반딧불이 대학생인 화자가 자살한 친구의 연인이었던 여인과 만나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1년여만에 함께 밤을 보내고 여인은 떠나다. 장편 상실의 시대의 모티브가 된다.2. 헛간을 태우다 우연히 알게된 열한살 차이의 스믈살 여자는 미스테리다. 그녀는 알제리로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한 남자와 함께 돌아온다. 어느날 함게 마리화나를 피우고 남자는 헛간을 태우는 얘기를 한다. 자신의 집 근처의 헛간이 대상이라는 것을 듣고 매일 그가 추리한 다섯개의 헛간을 돌면서 달린다. 5개의 헛간은 불애 타지않았지만 그는 이미..
1928년 4월 4일 세토내해 쇼도섬 분교에 갓 부임한 여선생과 그의 첫 제자 12명의 이야기다. 일본제국주의가 극에 달하던 전쟁의 시절 15년동안 선생과 제자가 겪은 이야기를 마치 수채화로 그려 보여주 듯 답답할 정도로 담담히 펼쳐놓는다. 홀로 남겨질 어머니때문에 오오이시 선생님은 8킬로미터의 거리를 자전거를 이용해 통학한다. 여자가 양장에 자전거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시골의 섬마을 주민에게 배척당한다. 그러나 1학년 12명의 제자와 선생은 사제간의 깊은 정을 알게 모르게 교류해 간다. 그러던 어느날 함정에 빠진 선생은 다리가 뿌러지고 보름이 넘도록 학교에 오지못한다. 급기야 선생님을 그리워한 아이들은 선생님 집을 찾아 먼 길을 떠나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만남은 감동스럽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마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