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청년의사 장기려 - 손홍규 본문
책의 부제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성자'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장기려의 삶은 우리 민족이 겪어온 아픈 역사의 상징처럼 보인다.
특히, 그가 평양의 기홀병원에 근무하면서 지낸 일들은 너무 절절하였다. 평남인민정치위원회 조만식과 현준혁의 좌절은 가슴 아팠다.
해방후의 공간에서 일본에 빌붙어 부유하게 살았던 이들의 반발, 획일주의와 전체주의화 되어가는 북한의 변화 등 우리가 개념상으로만 이해했었던 일들을 이 책을 통해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속에서 고뇌하는 장기려의 모습은 범인의 경지를 뛰어넘는다.
언어학으로 일제시대부터 명성을 떨친 김두봉, 누에고치 연구로 유명했던 계응삼, 비타민E 연구로 업적을 쌓은 최삼열, 탁월한 해부학자 최명학, 그리고 장기려가 김일성대학에서 최초로 박사학를 받았으며, 김일성을 치료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장기려는 자신의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생전의 그는 자신의 종교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난 교회가 아니라 10여명이 모이는 집 같은데서 예배봐요. 믿는 마음과 믿는 사람이 있는 곳, 그런 곳에만 예수가 있는 거지요.'
난 이 책에서 전쟁상황속에서 수많은 죽음과 마주해야했던 한 의사의 심경을 다룬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그 상황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넘어 자신이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있기라도 했던가라고 적었다.
나에게 장기려의 삶은 경이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를 알게 된 것이 한 없이 부끄러웠다.
'나의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0) | 2015.11.27 |
---|---|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0) | 2015.11.03 |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 홍세화 (0) | 2015.08.30 |
마닐라 로우프 - 베이요 메리 (0) | 2015.08.29 |
학문의 즐거움 - 히로나카 헤이스케 (0) | 2015.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