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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한강

바람속 2017. 10. 6. 00:28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괴로운 적이 없었다.

 한 줄, 한 문장, 한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는 것이 고통이었다.

 1980년 5월 광주 도청앞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동호의 모습을 관찰하는 정대의 혼은 이 기막힌 광경을 지켜본다.

 역전에서 총을 맞은 두 남자의 시신을 리어카에 싣고서 시위대의 맨 앞에 세워 행진하던 날, 정대와 동호는 손을 맞잡고 선두의 열기로 나아간다.

 귀를 찢는 총소리에 정대가 쓰러지고 본능에 의해 그 곳을 떠난 동호는 정대를 찾아서 상무관의 시신들을 지킨다.

 그때 그들은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트럭에 실려 열십자로 겹겹이 포갠 시신의 일부가 된 정대의 육신에서 나온 그의 혼은 자신의 시신이 썩어가고 불길에 타오르는 것을 목도한다.

 마지막 진압군이 오던 날 동호는 도청에 남고 죽음을 맞는다.

 정대와 함께 상무관의 시신을 관리하던 은숙, 선주, 진수의 삶이 이어진다.

 이미 죽음을 맞았던 그들은 죽음 이후의 삶을 살아간다.

 동호의 가족들도 이미 어느 정도는 죽은 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이미 결정된 죽음을, 어느 정도 죽어있던 죽음을 확인하고 완성하면서 사라져간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덧붙인다.

 에필로그는 소설 전개상 꼭 필요한 듯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작가가 이 에필로그를 붙인 마음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글에 질식되었을 듯 하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2017년 10월 1일 이틸리아의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한다.

 당분간은 이 책의 충격으로 이 책을 일부러 잊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