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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 김훈

바람속 2019. 1. 1. 17:08

 가야금 소리처럼 책속의 글자들은 음악이 되어 흐른다. 그것이 김훈의 소설이고 그만이 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대가야국 사람으로 12현금, 가야금을 만들었던 우륵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순장제도이다.

 소설속에서 대가야의 순장 문화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그 묘사도 사실적이다.

 왕의 석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구덩이 스무 개가 북두의 별자리 모양으로 자리 잡고, 왕의 석실 밑바닥은 덩이 쇠를 깐다. 젖먹이가 딸린 농사꾼 내외, 나루의 사공, 무당의 딸, 시녀와 근위무사들 그리고 문무 신하 두명까지 생매장되거나 살해되어 묻혔다. 그리고 돌뚜껑을 덮는다. 왕과 함께 다음 세상을 지내는 자는 40여명까지 이른다.

 철의 왕국이라 불린대로 야로라는 인물을 통하여 가야의 철기문화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병과 보병의 전투 양상에 따라 야로라는 인물이 제작해 나가는 무기의 변천이 진행된다. 야로는 대가야의 주요 인물이면서도 신라와의 거래를 서슴치않는다. 그의 재주와 포부가 일개 대장장이를 넘어서기에 결국 죽음을 당한다.

 우륵은 낙동강 하구 물혜 마을의 군장 딸 비화와 함께 지내고, 니문은 왕의 시녀로 순장을 앞에 두고서 도망친 아라와 함께 지낸다.

 아라는 결국 순장되고 비화는 뱀에 물려 죽는다. 두 여인의 동성애가 묘사된 것은 의외였다.

 대가야의 악사인 우륵은 제자 니문과 열 한고을의 음악을 찾아내지만 대가야의 멸망을 앞두고서 신라에 귀순하게 된다. 그는 국원에서 신라의 관원 세 명에게 그 소리와 노래와 춤를 가르치고 세상을 떠난다.

 우륵은 이들에게 자신의 금, 가야금을 내주어 가져가게 한다.

 가야는 사라졌지만 가야금은 우륵으로 인하여 그 어떤 왕조보다도 긴 삶을 살아오고 있고 살아갈 것이다.

 작가는 일흔이 넘은 니문이 불타버린 가야의 대궐 뒤 무덤의 능선에서 옛 가야고을의 네 줄짜리 금을 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니문의 음악앞에는 사마귀가 있다. 사마귀가 니문 앞을 지나 봉분 뒤로 돌아가면 니문의 소리도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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