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
책상은 책상이다 - 페터 빅셀 본문
어린 시절, 나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말도 안 되는 것을 계속 우길 때가 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말 한마디가 계속 이어지면서 나중엔 내가 하는 말의 처음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그때는 어려서 모순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를 때였다.
페터 빅셀의 이 책을 읽으며서 그때의 나를 자꾸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페터 빅셀은 말도 안되는 것을 계속 우기는 것은 같지만, 끝까지 가서 어떤 결말을 만들어낸다.
첫 이야기 '지구는 둥글다'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기 위하여 직선으로 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직선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계산하다가 사다리만 갖고 이웃집 지붕을 타고 넘어서 떠났다. 10년 전에
두 번째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자신만의 단어로 만들어 쓰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더 이상 이해할 수없게 되었고 사람들도 그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침묵한다.
다음 '아메리카는 없다'는 콜롬빈과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야기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얘기한다고 한다.
네 번째 '발명가'는 세상에 있던 것들을 홀로 발명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다섯 번째 '기억력이 좋은 남자'는 기차 시간표와 기차역에 도착하고 떠나는 시간에 대해서 다 암기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다 알기 때문에 한 번도 기차를 타고 떠난 적이 없다. 그리고 그걸 알려주는 철도청 공무원을 알게 된 후 그가 모르는 계단 수를 세기 위해 기차를 평생 처음으로 탄다.
여섯 번째 '요도크 아저씨의 안부인사'는 할아버지가 말속에 등장하는 요도크라는 사람을 통하여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아무것도 더 알고 싶지 않았던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남자는 무엇을 알고 싶지 않은 건지, 먼저 그걸 알아야 함을 깨닫고 중국어를 배우게 된다.
작은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알고 말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책상은 책상이고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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