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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바람속 2019. 7. 17. 22:37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주와 여행의 차이를 이렇게 구별한다.

 이주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정제된 환상을 경험한다. 둘의 관계는 마치 현실과 소설의 관계와 같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며,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또, 저자는 인류에 대해 이상한 종족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넷이 막 보급될 무렵 여러 미래학자들이 여행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했단다. 뉴욕이나 파리에 가지 않고도 자기 집 소파에서 충분히 구경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TV는 영화관을 대체하고 비디오플레이어의 대중화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굳이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 공기도 별로 좋지 않은 극장까지 가서 옆자리 사람의 팝콘 씹는 소리를 견디면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행객도 기술이 발전하면 할 수록 더 많이 이동하고자 한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단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셸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인간이 다른 대형 유인원에 비하여 엄청난 활동량을 갖고 있단다.

 초기 인류의 사냥방식이 사냥감의 냄새와 흔적을 따라, 사냥감이 탈진하여 쓰러질때까지 여덟시간 이상을 뛰고 추적하는 것이란다.

 저자는 군인인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계속 이동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6년도안 도합 여섯번의 전학을 하면서 저자의 유년기는 마치 긴 방랑처럼 기억된다고 한다.

 저자의 첫 해외여행이 1989년 대학 학생회에서 일하던 시절, 재벌의 돈으로 중국에 간 것이라고 한다. 이후 책의 곳곳에 소개되는 해외 여행과 알쓸신잡의 여행까지 저자는 여행 그 자체를 분류하고 분석한다. 여기에는 오디세우스의 모험도 주요한 소재가 된다.

 저자의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이 산, 저 산 쫓아서 다니는 나의 모습과 그 이유가 겹쳐짐을 느끼게 된다. 여행지에서 산에서 우리는 Nobod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