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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메일 - 홍재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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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메일 - 홍재희

바람속 2023. 3. 6. 21:18

 책의 주인공 홍재희는 독립영화 감독으로 이 책외에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도 2014년 제작하여 상영하였다.

 저자의 아버지 홍성섭는 1934년 일제시대에 태어나서 일흔다섯이 되는 2008년 12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홍성섭은 2008년 1월 23일 부터 세상과 등을 지던 사흘 전인 12월 20일 까지 딸인 저자에게 43통의 메일을 보낸다.

 일흔다섯이 된 노인이 가까스로 인터넷을 배워서, 한 자 한 자 독수리 타법으로 쓰인, 띄어쓰기도 되어 있지 않고, 오타 투성인이 메일을 1년 여에 걸쳐서 보내온 것이다.

 이메일의 내용은 당신의 일생을 되돌아 본 것이었다.

 저자는 아버지의 이메일을 이렇게 평가한다. '메일은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1988년 올림픽으로 내려갔다가 그러다 불투명한 재개발 여부 앞에서 불안감에 잠 못이루는 당신의 한탄으로, 일생에 대한 회한으로 끝이 나곤 했다. 한마디로 늙은 아비의 신세타령이자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에 대한 넋두리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쌓아두었던 메일을 꺼내 읽던 저자는 아버지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책의 끝에서 이렇게 밝힌다.

 '삶에서 부모가 되는 것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은 선택 불가능하다. ~ ~ 부모가 있든 없든 부모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우리 자신이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었다는 그 사실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 나는 아버지 자식이자 당신의 딸이다. 그것이 아버지가 내게 남긴 유산이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자식이고 딸이기 전애 또한 여성이며 한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아버지 유산을 모두 부정할 수도 없었다. 내가 아버지를 찾아 이 길을 떠난 까닭은 ‘가부장’인 ‘아버지’ 편에 서려는 게 아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역할에 존경과 위로를 보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아버지가 겪은 고난의 역사에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내기 위한 것도 결코 아니다. 그럴수록 아버지 당신은 면죄부를 얻게 된다. 이는 아버지 당신의 삶을 오독하는 것이다. 나는 비틀린 가족사의 진실, 그 기억의 알리바이를 찾고 싶었다. 내가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렸던 아버지의 조각,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소환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인간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역할과 가부장이란 허울에 가려진 바로 그 사람, 한 개인의 이름을 되찾아 주고 싶었다. 그럼으로써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드디어 나 자신으로 내 이름으로 홀로 서고 싶었다.'

 저자는 아버지의 삶을 따라가면서 아버지가 한 남성이자 한 개인 그리고 평범했던 한 사람이며, 한때는 어머니의 사랑과 누이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작고 연약한 아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섬세한 소년, 영화를 좋아하며 한 여자를 사랑했던 젊은 청년, 그리고 절망 앞에 무릎을 꿇은 나약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월남 실향민, 월남전 파견 근로자, 중동 파견 근로자, 화물차 운송기사, 88올림픽 자원봉사자, 재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이어지는 삶속에서 가족은 속절없이 그의 실패와 분노 속에 함께 흔들리고 고통받아야 했다.

 왜곡되고 뒤틀린 빨갱이에 대한 맹목적 분노, 전라도 혐오증은 이해가 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재개발이라는 속물 자본주의에 기생하려는 모습도 인간의 본성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선 안될 것이다.

 읽는 동안 내내 아버지와 자식, 그 핏줄의 흐름을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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